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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의 나라 한국, 효의 고장 수원
윤수천/동화작가
2017-02-04 11:10:56최종 업데이트 : 2017-02-04 11:10:56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덴마크를 여행하고 돌아온 친구가 전하는 이야기 가운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은 첫 월급을 받으면 의자를 들여놓는단다. 왜 의자냐 하면, 그들은 의자를 단순한 가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시간과 돈을 투자한 '소중한 장소'로 여긴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돈이 생겼을 때 옷이나 손목시계 등 자신을 꾸미는 데 쓰지 않고, 본인이나 가족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에 먼저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자의 모형도 다양해지고 예술적 감각까지 더해져 독특한 디자인을 창출하게 됐다는 것. 

여기에서 우리는 행복국가 1위라는 덴마크의 국민의식을 보게 된다. 인생의 삶은 결국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고, 그 시간이 머무는 '공간'이야말로 행복의 열쇠가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하겠다.

오자와 로스케가 쓴 '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는 이를 더욱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2004년 디자인 가구 쇼핑몰 '리그나'(Rigna)를 열어 지금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사업차 북유럽을 여행하던 중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UN선정) 덴마크 사람들은 첫 월급을 의자 구입에 쓴다는 데에 흥미를 느껴 덴마크를 방문하였고, 그들만의 행복의 비밀을 책으로 쓰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첫 월급을 받으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의 붉은 내의를 사는 것으로 돼있었다. 언제부터 이런 관습이 전해오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암튼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요즘엔 내의보다는 실질적인 선물을 부모도 원하고 자식도 이를 선호하는 것 같다. 언젠가 한 단체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첫 월급으로 제일 선호하는 선물은 현금인 것으로 나왔다. 

현금이든 내의든 중요한 것은 첫 월급의 사용이 부모를 위한다는 데 있다.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위해 첫 월급을 쓴다는 것, 이는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보은 행위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 된 도리이자 당연한 처신이라고도 보아진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부모에 대한 효심을 최우선으로 삼아온 동방예의지국이다. 고전문학 속의 효녀 '심청'이나 제주도의 '수월봉' 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의 효성을 엿보게 한다. 그것도 '죽음'이란 극도의 자기희생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보은의 극치를 아름답게 장식해 준다는 데 의미가 크다. 심청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 백석에 몸을 바다에 던진다. 제주도의 수월이는 병든 엄마를 구하기 위해 약초를 캐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는다. 이처럼 우리 고전문학은 효심을 주제로 하되 자기희생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데 인색하지 않았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유명한 사회학자 토인비의 말은 한국의 효 사상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다. 그는 "한국이 인류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효 사상이다." 고 했을 뿐 아니라, "만약 지구가 멸망하고 인류가 새로운 별로 이주해야 할 때 제일 먼저 가지고 갈 문화는 한국의 효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우리 수원은 '효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시원은 조선 22대 임금 정조대왕의 행실로부터 비롯됐다. 당쟁의 와중 가운데 젊은 나이로 뒤주 속에서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초라하게 버려지다시피 한 묘를 수원으로 옮긴 것은 물론, 친히 행차하여 효를 실행함으로써 사람의 본분을 보여주었다. 

효의 나라 한국, 효의 고장 수원_1
지지대고개와 지지대비각

 아침이나 저녁이나/사모하는 마음 다하지 못해
 오늘 또 화성에 왔구나/부실부실 비 내리니
 배회하는 마음/둘 곳이 없어라
 만약에 여기서/사흘 밤만 잘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더디고 더디고
 아바마마 생각하는 마음/흘러가는 구름 속에 새기네.

능행차를 마치고 수원을 떠나면서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더디게 걸음을 옮긴 탓에 '지지대 고개'가 생긴 것도 정조대왕의 효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우리 수원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효의 고장을 제대로 알리는 일은 곧 한국민의 독특한 보은사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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