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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걱정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7-04-17 10:29:28최종 업데이트 : 2017-04-17 10:29:2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날씨가 따뜻해지자 집안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마당에 놓아둔 음식물 쓰레기봉지를 기웃거리던 파리가 집안에 들어온 것이리라. 어릴 적 기억으로, 파리가 앵앵거리며 들락거려 된장 항아리 안에, 혹은 미처 찬장에 넣어두지 못한 장조림 반찬에 쉬 쓴 것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파리가 앵앵거리며 이리저리 먹을 것을 찾아 날아다니는 모습이 승영(蠅營)이다. 이는 승영구구(蠅營狗苟)라 하여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어지럽게 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파렴치한을 비유하는 말로 통한다. 

이규보는 '술에 빠진 파리를 건지며(拯墮酒蠅)' 라는 시에서 '너는 참언하는 사람 같아서 내가 본디 두려워했었다'며, 그러나 '조심스레 건져준 자애를 잊지 말아라' 하며 파리를 생명을 지닌 존재로 인식한다. '일찍이 앵앵거리는 파리에게 욕봤기에(曾被營營來點白)' 즉 간신의 참소를 받아 벼슬에서 물러난 일이 있었기에, 술잔에 빠져죽은 파리를 건지면서도 본디 두려워했다는 마음을 비친 것이다. 한편 술잔에 빠진 파리 이야기는, 민족성을 드러내는데도 쓰여 이미 1949년 문교부 발행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 '우리나라의 발달(3)' 에도 실려 있다. 

청승(青蠅)은 '똥파리'다. 진자앙(陳子昂)은 "똥파리가 점 하나를 찍었는데, 흰 구슬이 억울함을 당하였네(靑蠅一相點 白璧遂成寃)"라 하여, 청승은 더러워서 흰색을 검게 변하게 하는 참소 잘하는 간신을 비유하게 되었다. 

시경(詩經)의 '똥파리' 삼장(青蠅 三章)은 주(周)나라 유왕(幽王)의 문란한 내정을 풍자하고 비판한, 왕이 참소하는 말 듣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똥파리가 날아다니는 소리로 비교하여 풍자한 시구(詩句)이다. 
'앵앵거리는 똥파리가 울타리에 앉았도다. 임금은 참소하는 말을 믿지 말지어다. 앵앵거리는 똥파리가 가시나무에 앉았도다. 참소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온 나라를 어지럽히도다.' 무릇 왕은 참소하는 무리를 멀리 하여 국가를 통치하라는 것을, 앵앵거리는 똥파리로 빗대 경고한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주변에도 똥파리가 날아들어, 여기저기 앵앵거리며 쉬 쓸고 다녀 온 나라를 교란시켰다.
최근 들어 우리 주변에도 똥파리가 날아들어, 여기저기 앵앵거리며 쉬 쓸고 다녀 온 나라를 교란시켰다.

최근 들어 우리 주변에도 똥파리가 날아들어, 여기저기 앵앵거리며 쉬 쓸고 다녀 온 나라를 교란시켰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셰익스피어 희곡에 어울리는 소재'라고 꼬집어 보도했다. 국정개입과 이에 따른 권한남용으로,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한 결과는 그 어떤 희곡보다 훨씬 극적인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스토리라고 한다. 
결국 똥파리 잡느라 파리채 휘두르기에 바쁜 사람들, 한편으로는 이곳저곳 점찍어 똥파리가 더럽힌 곳 닦아 내느라 힘든 사람들, 애꿎은 주위 사람들 모두 피곤할  뿐이다.   

백벽청승(白壁青蠅), 승분점옥(蠅糞點玉). "똥파리는 흰 데 똥을 싸면 검은 점으로 나타나고, 검은 데 똥을 싸면 희게 나타난다."  백옥을 더럽히는, 앵앵거리며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똥파리가 다시는 집안에 날아들지 않도록 미리미리 주변 정화에 나서야겠다. 풍성학려(風聲鶴唳). 날씨가 따뜻해지니 괜스레 똥파리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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