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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축만제)의 추억
김우영/시인,언론인
2018-05-17 11:06:50최종 업데이트 : 2018-05-17 11:02:53 작성자 : 편집주간   강성기

서호 전경.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서호 전경.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서호(축만제-祝萬堤)는 조선 시대 정조대왕 23년(1799)에 축조한 농업용 저수지다. 이보다 앞서 1795년 화성의 북쪽에 만석거를 축조했는데 대유평 평야의 농업 효과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더 만들게 된 것이다. 축만제의 수리답은 서둔(西屯) 평야인데 모두 신도시 화성을 위해 조성된 기반 시설이므로 사실상 화성 성역의 일환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다.

 

서호는 수원화성과 함께 수원의 상징적인 역사 유산이다. 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고 서호는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가 지정하는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이다. 그리고 오랜 전부터 수원시민과 인근 주민들의 사랑하는 명소였다.
 

수원팔경 중 '서호낙조(西湖落照)'가 이곳이다. 여기산, 항미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준다. 특히 제방위에 심어진 노송길을 걷는 모습은 그 자체가 그림이었다.
서호낙조.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서호낙조.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청춘남녀들이 이곳을 걸으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고, 인근 서울대 농대(수원사람들은 서울대 농대를 '수원농대'라고 불렀다. 실제로 일제시기 이 학교 이름은 수원고등농림학교였다) 학생들이 기타를 튕기며 부르는 노래를 들어 보기도 했다. 혹시 그 사람들 중에 수많은 명곡을 히트시킨 가수 겸 배우 김창완 씨나 가수였다가 지금은 유명 엔터테인먼트사 대표가 된 이수만 씨도 있지 않았을까.

 

서호는 이곳에서 잡은 잉어를 임금에게 진상하고 서호납줄갱이가 서식할 정도로 맑고 아름다웠던 곳이다. 항상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농촌진흥청이 관리를 한다는 명분으로 1970년대 초부터 이곳에 철조망을 둘러 폐쇄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호는 심하게 오염돼 옛 명성을 잃어 버렸다. 여름철 전철을 타고 서호 인근을 지나갈 때면 악취가 코를 찔렀다. 바람이 불면 오수 거품도 날아다녔다. 수원의 자랑이 아니라 수원의 흉물이 됐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당시 수원문화원(원장 심재덕)과 지역 문화계 인사들이 힘을 합쳐 서호 개방과 수질 정화운동을 펼쳤다. 이 캠페인은 수원문화원이 발행하는 월간 문화소식지 '수원사랑'을 통해 시작됐다. 1988년 10월호부터 3년 넘게 캠페인이 이어졌다. 그 때 필자는 '수원사랑'에 서호 개방과 정화를 주장하는 글을 잇따라 쓰면서 이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서호를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캠페인은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990년 3월 20일엔 수원문화원 서둔동 분원(분원장 박응렬)이 '서호개방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모임'을 서호새마을 금고 강당에서 열기도 했다.  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서호 개방을 촉구하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서호가 개방돼 수원시민의 휴식처로 제공될 때까지 끝없이 노력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1995년 심재덕 원장이 민선 수원시장에 당선되자 대대적인 정화사업을 펼쳐 수원의 명소로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서호공원도 조성돼 인근 주민은 물론 원근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됐다.

 

1996년 서호가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호수 가운데에는 인공 섬이 하나 생겼다. 서호공원을 조성할 때 나온 대량의 준설토로 만든 것이다. 1만2000㎡ 면적의 섬에는 아카시나무, 느릅나무 등 나무 수백 그루를 심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자연생태 공간엔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겨울 철새 민물가마우지였다. 가마우지들은 4~5년 전부터 서호 인공 섬에 둥지를 틀었다. 정화작업으로 수생생태계가 살아나 먹이가 풍부한데다 사람으로부터 단절된 곳이라 안심하고 살 수 있어 개체수가 급증했다.
 

수원시가 지난 1일 진행한 '서호 인공섬 생태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둥지 수는 1700여 개였고, 둥지마다 새끼 새 2~3마리가 있었다. 각 둥지를 돌보는 부모새를 감안하면 섬 안에는 모두 80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호 인공섬 생태환경 실태조사. 사진/수원시

서호 인공섬 생태환경 실태조사. 사진/수원시

따라서 일각에서는 민물가마우지 배설물 때문에 나무가 말라죽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식물 생육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섬 안 나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까시나무는 계절에 맞게 새 잎이 돋아나는 등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었다. 명아주, 애기똥풀 등 지피류(지표면을 덮으며 자라는 잡풀)도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민물가마우지 배설물 때문에 말라죽은 것은 10그루 정도였다는 것이다.(2018. 5. 14 수원시 보도자료 참고)
 

김현희 수원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은 "멀리서 보이는 백화현상 때문에 나무들이 말라죽는 것처럼 보이지만 뿌리와 잎 상태를 볼 때 생육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상황이므로 지나친 관리보다는 자연 상태 그대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있었다. 다행이다. 인공섬도 가마우지도 서호의 또 다른 명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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