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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드 선생에게 물어봐야지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5-11-30 09:03:08최종 업데이트 : 2015-11-30 09:03:0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모스크바를 떠나던 날 아침, '백조의 호수'를 걸었다. 그런데 호숫가 풀숲 구석에 찢겨진 지폐 조각들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적으로 훑어보니 500유로와 500루블 조각이다. 즉각 한데 모아 확인한 뒤 500루블 지폐는 퍼즐을 맞추기 어려워 포기하고, 두 조각난 500유로 지폐를 제외한 나머지 유로 조각들도 슬며시 휴지통에 버린다. 

문득 꿈이 생각난다. 늦은 밤 모처럼 택시를 타고 집 근처에 도착하여 천원 지폐를 꺼내보니 뒷면이 온통 광고로 인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주머니에 남아있던 1천원 지폐를 확인하니 모두 위조지폐다. 택시 타기 전 물건을 사고 거스름  돈으로 받은 것이었는데 황당하기 그지없다. 마침 여유로 가지고 있던 돈도 없고 해서 기사에게 사정이야기를 하고 연락처를 물어보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네주고 차에서 내렸다. 

정신 분석학자 프로이드는 1899년 '꿈의 해석'을 통해, 꿈은 억압된 욕망의 위장된 성취라 하여 일약 새로운 각도의 정신분석을 시도하였다. 그래서 본능적 충동은 자신의 소망이 외부의 욕구와 양립할 수 있던 없던 그것을 충족시키려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억압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충동이나 소망은 억압되었다가 타협을 거쳐 되돌아오면서 꿈, 말실수 등으로 위장되어 나타난다고 하였다. 따라서 상대방의 꿈이나 평소의 습관을 해석하여 그 정신세계를 분석하였다. 현대판 해몽가라면 격을 낮추는 일인가? 

일부 과학자들은 꿈은 내다버린 내용물들의 조각들이 잠자는 의식에 침투해 의식을 엉망으로 만드는 과정이라 한다. 당연히 꿈은 혼란스럽고 쓸모없는 이미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꿈의 내용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자아에 관한 놀랄 만큼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꿈에서 깨어 신문을 보니 잘못 인쇄된 만원 지폐가 시민에 의해 발견되었으나 그대로 유통되고 있다는 신문기사가 눈에 띈다. 모처럼 꿈을 꾼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프로이드 식으로 해석해 보면, 물건 사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천원 지폐가 꿈에 나타난 것은, 전날 애써 마음에 든 물건을 사고 받은 거스름 돈 천원 지폐가 뇌리에 남아 있었던 거다. 
그것이 위조지폐였던 것은 작년에 복사기를 이용한 위폐범들의 기사가 보도되자 왜 만원 지폐만 위조하나 오히려 오천원, 천원 지폐를 위조하면 그만큼 상대방은 관심이 적어져 쉽게 발각되기 어려울 텐데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잠재의식 속에 정리된 것 같다. 

또 전화번호를 건네 준 행동은, 며칠 전 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니던 메모지를 정리하던 중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가 눈에 띄어 쓰레기통에 버릴까 말까하고 잠시 망설인 행동이 머릿속에 간직되어 있다가 연쇄적인 무의식적 작업 결과로 영화의 잔영처럼 꿈으로 비춰졌나 보다. 

꿈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무의식 속에서 재생과 저장, 제거 등이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한다. 꿈은 낮에 일어났던 일을 되새기면서 기억을 확고하게 유지한다. 결국 3가지 사건에 대한 잠재의식이 상호 연관되고, 그것이 평소 버스를 애용하던 내가 늦은 밤 택시 탑승에 대한 억압된 충동이 복합되어 꿈으로 나타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아침 신문에 잘못 인쇄된 만원 지폐가 유통되고 있다는 기사는 꿈속의 위조지폐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을까? 그리고 500유로 지폐와는? 아무래도 모르겠다. 프로이드 선생에게 물어보아야지. 

프로이드 선생에게 물어봐야지_1
프로이드 선생에게 물어봐야지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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