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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騷擾)와 소요유(逍遙遊)
최정용/시인, 에코마린뉴스 대표기자
2015-12-07 12:52:18최종 업데이트 : 2015-12-07 12:52:1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題 一 

장자(莊子)가 산 속을 걷다가 큰 나무를 보았는데 가지와 잎이 매우 무성했다. 그 옆에 목수가 있는데도 베려 하지 않았다. 장자가 그 까닭을 물었다. 목수가 답하기를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 때 장자가 말했다.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타고난 수명을 다 누리는 구나."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가운데 '산목(山木)'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쓸모없다고 여기는 것이 항상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가르침을 주는 글이라고 후학들은 풀이한다. '하늘아래 의미없이 태어난 생명은 없다'라는 말로도 가능하겠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깝죽거리는 인간도, 또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 안에서 상층부를 점하고 있다고 같은 류(類)를 업신여기는 소위 금수저 부류도, 하루하루 목숨을 간신히 부지해가는 나같은 하류인생도 모두.
어디 그뿐인가 생명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사막에서 핀 풀들이며, 늦가을 따뜻한 햇살에 봄날인 줄 알고 몸을 열었다 서리에 졸(卒)한 농협 경기지역 본부의 철쭉도, 하루에도 수없이 생멸(生滅)의 길을 오가는 미물(微物)들 모두, '까닭 없이 태어난 존재는 없다'는 장자의 갈(喝)일터.

그래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소요(騷擾)와 소요유(逍遙遊)_1
소요(騷擾)와 소요유(逍遙遊)_1

題 二

경찰이 지난달 11월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민주노총 등이 폭력시위를 '기획'했다고 판단, 지도부에 대한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단다. 3차례 집회 금지통고 등 우여곡절 끝에 열린 12월 5일 '범국민대회'가 평화롭게 끝난 다음날, 경찰이 폭동을 전제로 한 소요죄 카드까지 꺼내든 것이다. 

경찰청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각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대표들을 소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요죄는 1980년 5·18 민주항쟁 등에도 적용 됐었다.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를 대상으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경찰은 "민주노총 등 몇몇 단체가 1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사전에 불법 폭력시위로 기획했고, 시위 당일 역할과 자금 조달 방법을 분담했던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또 민주노총 본부 등 17곳에 대해 실시한 3차례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위원장 당선 이후 '서울 도심 마비' 등을 주장하며 불법 폭력시위를 준비했고, 일부 단체에는 쇠파이프와 밧줄을 준비해 차벽을 뚫고 '청와대 진격'을 지시하는 등 폭력행위를 교사한 정황·증거 등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경찰청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하라고 대놓고 주장한 국회의원도 있었으니 당분간 '소요'가 정국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요의 시대를 건너고 있다. 정치는 진영논리가 세워지면 이성이 사라지니 정의는 없고 감정만 남을 것 같은 불안감은 나 같은 소시민에게는 당연한 일이겠다.  
이 과정에서 해프닝도 있었다. 그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11월 14일 집회 참석 관련 출석통보서가 보내진 것이다. 실수로 여기기에는 씁쓸함이 많다.

사족(蛇足)

3.1운동 당시 거리로 뛰쳐나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제 사법부가 가장 많이 적용한 죄목 가운데 하나가 '소요죄'라고 전해진다. 당시 3명 이상이 모여 사회의 공공질서를 문란케 한 소요죄 명목으로 1천700여 명이 처벌 받았단다. 물론, 33인과 유관순 열사도 포함된다.

소요(騷擾)의 세상에서 소요유(逍遙遊)를 생각한다. 세상 어디 존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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