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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플라크(Human Plaque)
최정용 시인/에코마린뉴스 대표기자
2016-01-02 09:47:21최종 업데이트 : 2016-01-02 09:47:21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블루 프라크(Blue Plaque). 이런 단어가 있는 줄도 몰랐다. 무지(無知)다.
지금은 호미 곶 부근에서 기자를 하는 홍성식 시인을 통해 알게 된 책, '블루 플라크, 스물세 번의 노크 - 어느 예술가 부부의 아주 특별한 런던 산책(송정임·김종관 지음, 뿌리와 이파리 刊)'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눈 뜬 장님이었다.

개안(開眼). 그리고 영국에 가고 싶어졌다. 정확히는 런던이다.
돌이키면, 고등학생 시절부터 더블린이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불혹을 넘길 때까지 몸을 의탁했던 도시, 춘천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지천명(知天命)이 될 때까지 의지는 바뀌지 않았다.

아, 잠깐 동양과 서양의 술 문화를 취재할까 했던 시절 스코틀랜드를 꿈꾸기는 했다. 멜 깁슨이 감독과 주연을 맡고 고교시절의 로망, 소피 마르소가 나왔던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영향도 있었다는 것은 부인 못한다.
영국을 애써 외면해서였을까. 식민지 조선의 염색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본과 비슷한 영국에 대한 유아병적(幼兒病的) 앙탈(?)로 치부하자. 한 시절 대영제국의 식민지 아닌 땅이 없었으니. 영국에 대한 거부적 DNA가 존재했을 터. 
최근 영국과의 인연은 이 정도였다.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세종포럼'에서 지난 가을 주최한 주한 영국대사 간담을 위해 찾았던 주한 영국대사관과 사람들 정도. UK(United Kingdom)보다 GB(Great Britain)가 유난했던, 고요한 건물. 한국인 대변인 누나….

그런데, 이 책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영국, 런던에 가고 싶어 진 것이다. '블루 플라크'는 예술가의 살았던 흔적을 기리는 파란 표지판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버지니아 울프(1882~1941) 이 집에 살다(1907~1911)'.
망자(亡子)의 머리 위에 삶의 궤적을 심어놓는 묘비명(墓碑銘)과는 다른 이미지다. 살아가는 동안의 흔적을 기록한 판때기니. 그 곳에 서면 왠지 같은 공간에서 숨쉬는 것 같은 동질감과 '우주가 하나'라는 일체감도 느낄 수 있겠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시공(時空)을 초월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집. 영국 런던은 표지판 하나로 원더 랜드(Wonder Land)를 만들고 있다.

초겨울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던 예술가 부부를 따라 무임승차했다. 술 한잔 대접하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그들이 영혼의 휴식처럼 머물렀던 공원이며 언덕이며 펍(Pub)까지.그들을 따라 런던을 걸었다. 책은 모두 6개의 길을 따라 걸어간다. 물론, 시공(時空)을 초월해.

그들을 통해 만난 23개의 우주는 이렇다.
'버지니아 울프', '퍼시&메리 셀리', '찰스 디킨스', '아르튀르 랭보', '에이미 와인하우스', 딜런 토머스', 'W.B. 에이츠&시리아 플라스', '카를 마르크스', '존 키츠', 'D.H. 로렌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존 레넌', '아서 코난 도일', '지미 헨드릭스', '보 브러멜', '조지프 콘래드', '토머스 하디', '제임스 베리', '브램 스토커', '애거서 크리스티', '프레디 머큐리', '알프레드 히치콕', '빈센트 반 고흐'.

아가사 크리스티가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을 집필할 때 있었다는 터키 이스탄불의 호텔을 방문한 적이 있어 조금 익숙했을 뿐 나머지 우주가 어떻게 지구를 견디다 떠났는지 생소하다. 그 간극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 알 수 있었다. 저자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글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내게 따듯한 그림으로 쉽게 인도해준 송정임께 더.

그리고 수원시에 제안한다. 2016년, 수원에 삶의 흔적을 남긴 예술인들을 위한 '휴먼 플라크(Human Plaque)'를 만들면 어떨까. 문학관 논란과는 별도로.

 

휴먼 플라크(Human Plaque)_1
행궁동 나혜석 생가터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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