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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열등감
윤수천/동화작가
2016-04-22 10:17:27최종 업데이트 : 2016-04-22 10:17:2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얼마 전 이준익 영화감독의 인터뷰 기사가 한 일간지에 소개된 바 있었다. 이준익 감독,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왕의 남자'다. 관객 1천230만 명을 동원하여 당시 한국 영화 역대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태극기 휘날리며'(1천174만 명)를 눌렀던 영화다. 그리고 또 있다. 5억 원이란 저예산에 흑백이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개봉 24일 만에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동주'. 이 두 영화의 감독이 바로 이준익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영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이준익 감독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서 밑줄을 긋고 싶은 대목이 있어서다. 그는 "무엇이 당신을 오늘의 감독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서슴지 않고 '열등감'이라고 대답했다. 

수줍음 많고 온순한 성격 탓에 초등학교 입학식 날 소변이 마려운 데도 손을 들 용기가 없어 바지에다 오줌을 싼 이야기, 공부를 못해 60명 중 항상 50 몇 번째였던 학교생활 등등. 그런 열등감이 삶의 에너지가 됐다고 용감하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감사해야 할 분으로 어머니를 꼽았다. 공부를 못해도 타박하지 않고, 시험 기간에 책상 앞에서 졸고 있어도 나무라는 대신 그만 자라는 말로 믿음을 보이던 어머니의 그 깊은 사랑이 오늘의 자기를 만든 힘이었다고 회상했다. 

인간은 누구 할 것 없이 열등감을 갖고 있다. 이를 뒤집어 말한다면 열등감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겉으론 완벽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 나름대로 열등감은 있게 마련이다. 높은 지위에 있거나, 주체할 수 없는 많은 부를 지닌 사람일지라도 열등감이 없을 순 없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열등감_1
사진/김우영

내가 아는 한 교수는 어릴 적에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남을 만나면 주눅부터 들었다고 했다. 어쩌다가 꼭 말을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몇 마디 하는 게 고작이었노라고 했다. 그런 그가 교수가 되고 이름난 강의로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게 된 데에는 중학교 담임선생님의 격려와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고 했다.
 "넌 다른 애들이 갖지 못한 말 속의 진정성이 있어.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깊이 생각한 끝에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담임선생님은 그렇게 용기를 줬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의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거울 앞에서 말을 하고 또 하고 했다는 거였다. 일테면 자신에게 최면술을 건 거였다. 

또 있다. 이름만 대면 "아 그 선수!" 할 아무개 선수는 잘 알려진 대로 평발이다. 육상 선수, 특히 장거리를 뛰어야하는 육상 선수에게 평발은 엄청난 핸디캡이다. 그런 핸디캡을 가진 선수에게 열등감이 없을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평발의 불리함을 극복한 끝에 국가 대표선수가 됐고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그런가 하면 시인 M은 학창시절부터 시를 좋아했고 시인이 되는 게 꿈이었지만 백일장 한 번 나가보지 못했다. 그의 시를 본 선생님은 문학에 소질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무시했을 만큼 그는 대단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혼자 시 공부를 하였고 끊임없이 쓰고 또 썼다. 
그리고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추천을 외면하고 자비로 시집을 내는 용기를 발휘했다. 스스로 시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는 그 어떤 제도권의 등단도 거부한 채 5년 주기로 시집을 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의 꾸밈없는 진솔한 시는 오히려 개성적이면서도 순수한 감성의 모델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열등감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이다. 다시 말하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그것은 그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닐뿐더러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다. 오로지 자기 스스로 극복해야 할 인생의 과제라 말할 수 있다. 
'나의 열등감은 무엇인가?'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려 하지 말고 용감하게 드러내 보자.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열등감면에서는 조금도 피해갈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열등감을 문학의 에너지로 삼아 오늘에 이르렀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열등감이었다고 고백하고 싶은 사람이다.
해서 학교 교육에 '열등감 극복하기' 같은 과목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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