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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몽 문화포럼'을 꿈꾸다
최정용/시인
2016-12-04 13:26:52최종 업데이트 : 2016-12-04 13:26:52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2006년의 기억이다.
잠시 출판사에 생계를 의탁하고 있던 시절, '유라시아 문화포럼'을 만들었다. 출판사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 자산을 토대로 외연을 확장하자는 의미였다. 사무총장을 맡아 첫 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그러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고 내 영혼의 고향인 몽골의 문인, 학자들과 추진하자는데 결론이 모아졌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에는 달이 떴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마침내 2007년 1월 6일 몽골국제대학교(MIU)에서 '제1회 유라시아 문학 네트워크 건설을 위한 한국ㆍ몽골 문학 심포지엄'이 열렸다. '유라시아 문화포럼'이 주관하고 한ㆍ몽 문학연구회, 유라시아 문화포럼, 몽골문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고은, 박범신, 조용호, 권지예, 방민호, 정대기, 홍성식 등 문인과 홍태식, 채길순, 박소현 등 14명의 한국 측 문인ㆍ연구자ㆍ출판인들이 참석했고, 몽골에서는 질라자브 몽골문인협회 회장, 아유르자나 시인, 문학연구자 바트호야크와 갈바토르 등 200여명의 문인과 학생들이 참석했다.

 

겨울, '한·몽 문화포럼'을 꿈꾸다 _1
겨울, '한·몽 문화포럼'을 꿈꾸다 _1

한국 측 참가자들의 화려한 옷매무새는 몽골 측 참가자들의 학문적 깊이에 금방 묻혔다. 몽골 학자들의 눈은 바이칼만큼이나 깊고 푸르렀다. 행사장밖에는 한국과 몽골이 공동으로 내딛은 유라시아 문화포럼의 첫 발을 축복하듯 흰 눈이 쉬지 않고 내렸다. 

포럼은 약간의 산고(産苦) 끝에 성사됐다. 그때를 살짝 들추면 이렇다.
'몽골행(行) 제안'에 문인과 학자, '대부분' 좋은 마음으로 동의했다. '대부분' 그랬다. 그러나 모시기 어려웠던 분도 있었다. 몇 번의 조아림과 설득도 소용없었다. 그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을 씁쓸했다. 같이 갔던 정대기 형과 마포의 어느 흐린 주막에서 쓴 소주로 마음을 달랬다. 서로에게 주는 위로가 고작 그랬다. 그 후로 몇 번의 접촉이 있었고 결국 조건부로 "가겠노라" 하명(下命)하셨다. 감읍했다.

마침내 울란바토르 공항(현재 칭기스칸 공항)으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일행들이 모였다.. 상기된 얼굴과 총총한 눈망울은 설렘을 대신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전 세계를 호령하던 징기스칸의 나라에 가는 것이니. 그곳을 초원과 별, 독수리로 기억하는 나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그런데 예상은 했지만 현실이 될 줄 몰랐던 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겨울 몽골은 그 곳의 봄 하늘처럼 변덕스럽다. 공항방송은 울란바토르의 사정을 이렇게 알렸다. "울란바토르에 눈과 바람이 강해 오늘 비행기는 출발하지 못합니다. 내일 다시 현지 상황을 보고 출발하겠습니다." 

뭐 됐다. 주최 측의 고민은 깊었다. 특히 총괄을 맡았던 내 머리위로 쥐들이 쉼 없이 왕복달리기를 했다. 당시 30명에 가까운 문인들과 문학담당 기자들을 해산 시키고 다음 날 다시 모이게 한다는 건 '이(蝨) 세 말'을 몰고 가는 것 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기자 셋도 어렵다는데 시인과 소설가도 계셨으니 오죽했을까.

결국 궁여지책(窮餘之策)은 이랬다. 가까운 을왕리에 펜션을 잡고 밤샘음주로 이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한 후 다음날 인천공항으로 오자. 감언이설(甘言利說)로 모두의 동의를 급조한 해변으로 갔다. 다행이 다음 날 비행기는 일행을 몽골로 안착시켰고 문학과 술로 버무려진 일정은 마무리됐다. 낮에는 학문적 열정이 밤에는 또 다른 열정이 '붉은 영웅' 울란바토르를 달궜다. 

다시 심포지엄 당일.
연륜 깊은 한·몽 문인과 학자들의 열정은 영하 30도를 넘나들던 초원의 겨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 열정을 옮겨 그 날의 감동을 되새긴다.
"우리는 극동의 한국에서 시작해 우랄알타이 산맥를 넘어 중앙아시아와 러시아까지 이르는 문화벨트를 만들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우선 그 출발점인 몽골에서 한국과 몽골 사이의 문화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유라시아 문화대장정을 시작한다."(홍태식 한·몽문학연구회 회장)
  
"이곳 대지는 하늘 아래 세계 어느 곳보다 오랜 구전문학의 길고 긴 시대를 이어왔고, 문자로 이루어진 문학이란 구전문학의 시간에 견주면 극히 작은 시간의 문학. 하늘 속 가득 찬 바람과 비와 눈보라 그리고 몇 천 년의 햇빛 가운데 언제나 시가 살아 있는 경건한 장소에서 나의 시를 반성하려고 왔다."(고은 시인)
해마다 겨울이 오면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꿈꾼다. 수원에서 피어날 '한·몽 문화포럼'을. 고은 선생이 살고 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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