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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설레는 수원연극축제의 추억
김우영/시인, 언론인
2018-04-09 09:37:03최종 업데이트 : 2018-04-09 13:45:38 작성자 :   e수원뉴스
올해 수원연극축제는 화성행궁 광장과 수원화성을 벗어나 서둔동 옛 서울 농대가 있던 자리인 경기상상캠퍼스 숲속에서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국내 13개팀과 해외 6개팀, 수원연극한마당 9개팀, 대학교 연극동아리를 포함한 생활연극 4개팀 등 총 32개팀이 공연한다.

지금까지 수원연극축제는 화서문, 수원천, 장안공원, 연무대, 만석공원, 행궁광장 등 수원의 역사와 유적이 있는 곳에[서 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기상상캠퍼스 숲속에서 열리기 때문에 색다른 관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접근성이 높고 시민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역사문화 공간인 행궁 광장을 두고 굳이 교통사정도 좋지 않은 외진 곳으로 행사장소를 옮겼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미세먼지와 땡볕더위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도 미세먼지와 이른 더위로 행사 진행에 애를 먹었으며 관객수도 감소했다. 이에[따라 고민 끝에 수목이 우거진 공간인 경기상상캠퍼스로 정했다고 한다. 숲은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관객들이 더위를 피할 시원한 그늘을 준다. 어쨌거나 올해 연극제가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
제 1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열린 화성 화서문, 관람객이 몰린 당시 연극제 광경

제 1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열린 화성 화서문, 관람객이 몰린 당시 연극제 광경

나는 1996년 제1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행사를 지켜봤다. 초창기엔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극단 성 김성열 대표 등과 함께 집행위원으로서 행사를 기획하고 홍보했으며 때로는 외국공연단을 접대하는 일들을 하기도 했으니 나와 무관한 행사는 아니다. 수원연극축제는 행사 전에 본란에서 다시 한 번 다룰 생각이므로 이번 글에선 연극제가 생기던 당시의 일화를 소개해볼까 한다.

수원연극축제의 원래 행사명은 '수원화성국제연극제'였다.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다. 처음엔 극단 성의 기획으로 개최됐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연극제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욕으로 김성열 김우영 황의숙 원치성 오호영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수원화성문화재단(초대 이사장 김동휘)을 설립했고 1999년부터 이 법인이 행사를 주최했다. 재단은 뒤에 수원문화재단으로 재탄생돼 현재는 이 재단이 끌어가고 있다.

첫 행사의 예산은 수원시가 지원한 3천만원과 여기저기 협찬을 받아 간신히 치렀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참가한 외국 극단은 중국 길림성 경극단, 미국 오하마매직시어터, 일본 신주쿠양산박, 러시아 유고자빠제 등이, 한국에서는 극단 성이 참가했다.

관객과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이봉수 논설위원의 '수원성에 살고 싶다'라는 장문의 칼럼을 통해 수원의 문화와 역사를 극찬했다. 조선일보도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 못지않은 '옛날과 오늘이 어울려 멋진 조화를 이뤘다'면서 공연장 분위기를 상세하게 전했다.
화홍문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2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화홍문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2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아무래도 첫 번째 행사였으니 기억에 오래 남겠지만 내겐 제2회 행사, 그러니까 1998년에 화홍문을 배경으로 수원천에서 열린 연극제의 기억이 더 강렬하다.

냄새가 진동하고 해충이 들끓던 수원천이 맑아지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지자 연극제 집행위원회와 당시 심재덕 시장은 수원천에서 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개막 첫날(8월1일) 수원시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5천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화홍문을 배경으로 무대를 설치하고 수원천에 객석을 설치,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즐기는 공연예술...환상적이었다. 이 장면은 세계적인 방송 CNN의 비중 있는 뉴스를 통해 전 세계로 전해졌다. '자연과 성과 인간'이 하나가 된 이채롭고 흥미로운 축제였다.

주최 측은 그해 연극제의 내․외국인 관람인원을 6만7천여명으로 추산했다. 특히 수원시의 초청으로 주한 외교사절들이 대거 연극제를 관람한 것을 비롯, 많은 외국인들이 연극제를 보러 수원에 온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연극제 기간 동안에 폭우가 집중되어 셋째날인 8월3일에는 수원천 화홍문 앞에 설치한 특설무대와 수원천 위에 만들어놓은 객석이 모두 떠내려가기도 했다.
밤을 온통 지새우는 복구 작업 끝에 공연이 중단되지 않고 4일부터 그 자리에서 행사가 계속됐으나, 폭우는 그치지 않아 결국 6일 밤에는 특설무대를 철수해 팔달구 인계동 소재 수원야외음악당으로 행사장소를 옮겨야 했다.
세계적인 방송사인 CNN-TV에 비중있게 소개된 제2회 수원화성연극제

세계적인 방송사인 CNN-TV에 비중있게 소개된 제2회 수원화성연극제

그때 상황을 나는 수원 시정신문인 '늘푸른 수원'에 이렇게 썼다.

'8월3일 오후 10시5분경, 1시간 전부터 간간이 내려서 98 수원화성국제연극제 3일째 행사를 중간에 중단시킨 비는 급기야 폭우로 변해 흡사 양동이로 쏟아 붓는 것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원천은 금방 흙탕물이 되어 급속히 불어났고, 10시30분경 '어, 어...'하는 순간 하천 위에 설치한 객석을 휩쓸어 버렸다. 긴 나무 판넬을 냇가에 가로질러 설치한 객석은 물살에 떠내려가 화홍문 뒤에 만든 무대에 걸리기 시작했다.
순간 행사 관계자들의 얼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원천으로 뛰어들었다. 너, 나가 없었다. 이 행사에 초청된 외국팀 가운데 폴란드, 중국, 일본의 예술인과 관계자들도 몸을 아끼지 않고 물속에 뛰어들어 구조물들을 건져내기 시작했다. 자칫 구조물들이 수문을 모두 막아버리면 화홍문이 붕괴될 수도 있었던 위기 상황이었다. 말을 통하지 않았어도 가슴은 통했다. 심재덕 시장과 부시장, 고위 간부들도 집에서 현장으로 뛰어 나왔다.
오전 1시30분, 구조물들의 철거작업이 완료됐다. 각국의 예술인, 행사 관계자, 긴급 투입된 공무원 모두는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서로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폭우로 인해 5일째, 공연은 또 중단됐고, 지난 3일 물의 무서운 힘을 겪었던 행사 본부는 급히 시설물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역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물에 뛰어들어 새벽 3시30분까지 작업을 했다. 급기야는 행사장소를 제1야외음악당으로 옮겼다. 제2회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이렇게 최악의 조건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매일 수천명씩 몰려든 관객들은 더없이 행복해 했다.

그리고 작은 에피소드 하나. 집행위원이었던 내게 조폭처럼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여기서 막걸리 팔아도 될까요?" 사내를 따라가 보니 파라솔 한 개에 마늘종과 돼지껍데기무침을 놓고 막걸리 한잔에 1천원씩 팔겠다는 거였다. 안주는 무료. 내가 먼저 1천원 내고 막걸리 한잔을 쭉 들이키자 사내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 후 그는 화홍문 밖 다리 옆에 거꾸로 간판 내 건 '왕대포'집 사장이 됐다. 세월이 흘렀고 지금은 화홍문 광장 옆으로 이전, 그의 부인이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 그는 세상에 없다.

수원연극축제, 화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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