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시를 쓰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하는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했다. '목을 매고 죽어도 좋은 나무'가 시(詩)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다 정리의궤, 그림으로 표현한 시(詩)_1 주목할 것은 이 대목이다. '정리의궤가 도화서 화원들이 국왕을 위해 직접 그린 어람용 의궤로 추정된다. 기존의 금속활자와 목판을 이용한 것이 아닌, 순수 '한글필사' 본이며 국내에는 전혀 전해지지 않은 유일무이한 판본으로 알려졌다.'특히,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문헌에 글로만 기록됐던 것들이 상당수 그림으로 나타나 있어 앞으로 복식이나 군사, 문화재복원, 의례문화에 대한 재정립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화불이(書畵不二). 글과 그림, 시와 그림이 '둘이 아닌 하나'라고 할 때, 시인 정조에게 의궤는 '그림으로 표현한 시'가 아닐까. 조선의 그림이 시와 함께였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런 추측은 '망상이 아닌 상상'이어도 무방하지 않을게다. 검증은 학자들의 몫이리라. 같은 맥락에서 최동호 믄학평론가가 지방지에 연재하고 있는 시인 정조의 시 몇 편을 올린다. 시인의 상상력은 무한하며 그 어떤 굴레도 뚫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궤에 대한 고증과 학문적 연구는 계속돼야 하지만, 인문학적, 특히 시적(詩的) 가능성도 열어놓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제안 의도다. 자, 시인 정조를 만나보자. '방화수류정에서 활을 쏘다'라는 시다. 개인적으로 수원화성 가운데 가장 특출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해 각별하다. '봄의 성안을 다 둘러보고도 아직 해 기울지 않았으니/수류정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뛰어나다/하늘에 알리는 최고의 신묘함이 이보다 더하겠는가/세상 모든 비밀스런 곳에서 피어난 꽃 가운데 절창이다(歷遍春城日未斜/小亭雲物轉晴佳/鑾旂慣報參連妙/萬柳陰中簇似花)' 또 있다. 화성행궁에 대한 정조의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화성행궁으로 돌아오며'다. 최동호 시인의 번역 글을 그대로 옮긴다. '급하여 두리번대지만 다시 사모하는 마음/보이고 들리는 듯 차마 발길 못 돌리네/우뚝하고 높은 산은 하늘이 내린 집이요/어슴푸레 원묘에선 달마다 의관을 갈아입고/일천 산들은 신하들이 늘어선 뛰어난 경치/금성탕지 성채는 경기 좌우의 으뜸이라/패릉을 달려 갔다 와서 또 생각한 바 있어/성황당에서 날아가던 어가를 잠시 멈춘다(皇皇瞿瞿更依依/若覿如聞未忍歸/ 岨矣高山天與宅/怳然原廟月遊衣/煙花袍笏羅千嶂/鏁鑰金湯冠兩畿/歷騁霸陵還有意/城隍少駐六龍飛)' 정조의 시들을 읊다보면 '정리의궤'가 보이는 듯하다. 나만 그런가. 수원시가 정조대왕 능행차 체험단을 모집한다고 한다.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을 맞아 서울시와 공동으로 추진한단다. 체험단은 10월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화성행궁을 지나 연무대까지 3㎞ 구간을 걷는다. '원행을묘정리의궤 반차도' 속 인물의 의상과 분장을 제공한다는데. 이번 기회에 정리의궤가 정조의 '그림으로 표현되는 대 서사시'가 아닐까,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