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한소끔 끓여내는 추억의 맛
최형국/역사학 박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 상임연출
2017-01-14 09:11:26최종 업데이트 : 2017-01-14 09:11:26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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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뼈 속까지 스미는 계절, 그 겨울에 어울리는 별식 중 하나가 '칼국수'일 것이다. 수원에서 자그마치 44년이라는 긴 세월을 오직 한 자리에서 오로지 칼국수 하나로 긴 세월을 버티고 있는 '종로칼국수'를 찾았다. 지금은 새롭게 복원된 화성행궁 광장 건너 종각 뒤쪽 첫 번째 골목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이곳을 찾을 수 있다. 주인장은 이동년(75) 할머니. 지금도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고 곧장 작은 부엌으로 들어가 부지런히 한상 차릴 준비를 한다. 옛 그리움을 한소끔 끓여내면 어떤 맛일까? 궁금하시면 직접 와서 한 그릇 후딱 해치워 보시라. 수원에는 종로칼국수가 있다. 음식을 정갈하게 내어오는 주인장의 신조는 "나는 죽어서도 칼국수를 끓이겠다"라는 것이라고 바깥주인이 힘주어 이야기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할머니는 천당에서 가서도 칼국수를 끓일 만큼 그 정갈한 맛을 자부한다. 이곳의 칼국수는 맹물에 끓인다. 다른 곳은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다시를 내어 육수의 형태로 국물을 만들지만, 이곳은 맹물에 삶아 여러 가지 채소와 바지락을 조금 더해 칼국수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원래 처음부터 칼국수로 시작을 했고, 칼국수 이외의 음식에는 단 한번도 눈을 돌린적이 없다고 하니 칼국수 장인이라는 별칭을 붙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칼국수와 함께 갖은 양념을 버무린 고추 다진 것이 작은 그릇에 함께 나온다. 그리고 그 옆에는 보리밥이 칼국수 옆에 놓여진다. 그 고추다진 양념장에 보리밥을 비며 먹으면 그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칼국수 국물로 인도한다. 그렇게 보리밥과 칼국수의 궁합을 맞춘 것이다. 그래 이제는 이곳이 하도 쇠락하니, 주변의 용성통닭이나 진미통닭 등 수원의 새로운 먹거리 문화에 조금 밀리는 듯 하기도 하다. 실은 바로 몇 걸음만 옮기면 수원 통닭거리가 나와서 더욱 그러하다. 심지어 요새는 주변 통닭가게 주인들이 연합하여 이 골목을 완전히 뜯어 고치자는 의견까지 나와 내심 심기가 불편하기도 하다고 토로한다. 주인장은 제발 수원에서 한 골목만큼은 옛길 그대로 보존해서 나이든 사람들이 오랜 향수를 찾아 어려운 걸음을 하더라도 낯설지 않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살포시 비친다. 도시라는 공간은 과거의 다양한 역사성을 함께 품어야 한다. 다양한 소통없이 오로지 전통복원이라는 미명하에 몇 백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무조건 회귀하는 것도 문제고, 반대로 지금 잘나간다는 상업적 요구에 새로운 공간으로 일방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그리 합리적이지는 않다. 이미 70-80년대에 시작한 개발지상주의로 모든 공간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어버리며 포크레인식 난개발을 추진한 것들의 오류를 작금에서야 확인하고 원상복구를 위한 엄청난 예산을 편성하는 이시기에 다시금 조심스레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조선시대와 현재, 그 사이에 만들어진 또 다른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 삶의 일부인 것이다. 역사는 늘 현재 진행형이고, 종로칼국수의 정갈한 맛도 현재진행형이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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