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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내 자리’
윤수천/동화작가
2016-01-15 11:12:39최종 업데이트 : 2016-01-15 11:12:39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은하수도 잠이 든 깊은 이 한밤
 휴전선 철책선만 깨어 있구나
 어머님 오늘밤도 편히 쉬소서
 이 아들 초병 되어 나라 지키오
 별무리 반짝이는 여긴 내 자리
 조국이 나를 믿고 보낸 이 자리

위 가사는 오래 전에 내가 지은 '여긴 내 자리'란 군가다. 국방일보에 근무할 때였는데, 문화예술계 인사들 틈에 끼어 전방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고, 하룻저녁은 병사들과 함께 철책 초소를 지키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일기예보에선 영하 15도라곤 했지만 산속인 데다가 눈보라까지 몰아쳐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가 훨씬 넘게만 느껴졌다. 

그 혹한 속에서 병사들과 함께 초소를 지키면서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집을 멀리 떠나와 나라를 지키는 젊은이들의 그 뜨건 호국충정에 가슴이 뿌듯했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우리 세대와는 달리 고생이라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이 그 혹한을 이겨내는 것부터가 나에겐 신기하게만 여겨졌다. 게다가 형제가 많지 않은 집안에서 거의 외아들로 자라다시피한 그들이 군대란 조직사회에서 전우들과 잘 어울리고 협력하는 모습도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평소엔 국가니 국민이니 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조차 없어 보이던 그들이었는데 그날 전방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그게 아니었다. 평소 보아온 나약한 모습도, 자기만을 아는 이기적인 행동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여긴 내 자리'란 군가는 그날 밤의 경험에서 써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방에는 우리 젊은이들이 엄동설한을 마다않고 서 있다. 왜 그들은 거기 서 있는가? 두말할 것 없이 후방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서 있는 것이다. 그 자리는 아무나 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이다. 선택된 자들만이 설 수 있는 자리다. 그러니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여긴 내 자리'_1
현역 입대하는 장병들/사진 김우영

나는 그 군가 가사를 지을 때 공군 병사로 백령도에서 보낸 2년간의 군 생활을 상기했었다. 백령도는 휴전선과 거의 맞닿은 서해의 최전방이다. 나는 군 생활의 3분지 2를 최전방 고도孤島에서 보냈다. 
철책을 지키는 젊은 병사들의 모습과 나의 지난날의 군 시절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었던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굳이 머리를 쥐어짜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글이 술술 나올 수가 있었다고 본다. 특히 '별무리 반짝이는 여긴 내 자리/조국이 나를 믿고 보낸 이 자리'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내용의 군가가 또 있다. 

 해 뜨는 고지에서 바라본 하늘
 어머님 그 얼굴이 눈에 선하다
 장한 아들 두었다고 자랑하시던
 그 말씀 손에 쥐고 여기에 섰다
 보아라 장한 모습 우뚝 선 모습
 빛내리라 이 젊음 조국을 위해

'여기에 섰다'란 군가다. 이 가사 역시 내가 썼다. 그리고 이 군가에는 잊지 못할 추억도 담겨 있다. 집사람과 함께 육군에 입대란 둘째 아들 녀석의 면회를 갔을 때였다. 뙤약볕이 내리꽂히던 여름날 오후였는데, 강당에서 초조히 기다리는 부모들 앞에 나타난 구릿빛 얼굴들이 들어서자마자 부르던 군가! 아, 그게 바로 내가 지은 '여기에 섰다'가 아닌가! 
그때의 감격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지은 군가를 아들이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나와 집사람은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가슴이 먹먹하기만 했으니......지금도 그날의 장면이 떠오르면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오늘 이 시각에도 우리의 아들 딸들은 전후방에서 추위를 무릅쓰고 나라를 위해 젊음을 불태우고 있다. 그들이 서 있는 그 자리는 대한민국이 그들을 믿고 맡긴 자리다. 그들의 건강과 무운을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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