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겨우살이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6-02-19 07:02:25최종 업데이트 : 2016-02-19 07:02:25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몇 해 전 수원 월드컵 경기장 앞 식당에서 얻어온 선인장에 자구(子球)가 다닥다닥 달렸다. 그 자구들을 옮겨 심은 선인장들도 벌써 주먹만큼이나 컸다. 아직 꽃은 안 피웠지만 여름 한철 마당 한쪽에 놓고 지내며 이곳저곳에 분양하고도 여나문개 남았다. 

날씨가 추워지자 보관이 마땅치 않다. 아파트에 거주할 때야 햇볕 잘 드는 베란다 아니면 거실 한쪽에 놓으면 그만인 것을 이곳에 이사한 후에는 바깥에 놓아 둘 수가 없어 일부는 화장실 한쪽에, 나머지는 좁은 방 장식장 위에 올려놓았다. 아직도 선인장 주위에는 이름 모를 작은 여름풀들이 다닥다닥 남아있지만 겨울을 견뎌내기가 마냥 쉬운 일은 아닐 거다.  

그런데 얼마 전 선인장 화분에 손톱 길이만한 조그만 연두색 자벌레가 꼼틀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필이면 가시 돋은 선인장 위를 배회한다. 슬며시 화분 가장자리 풀 위에 옮겨놓는다. 겨울철 방안에서의 자벌레. 신기하다. 

오늘은 골짜기에 외줄을 연결한 것 같이, 마주보는 두 화분의 선인장을 지주 삼은 가느다란 거미줄 몇 가닥이 눈에 들어왔다. 보나마나 거미는 오죽 작겠거니 살펴보았지만 결국 거미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도 날마다 거미줄은 늘어났다. 물을 살짝 줄때도 행여 생명의 끈을 끊을까 화분을 건드리면 안되겠다 싶다. 그런데 그 가느다란 거미줄로 어떤 먹이를 방안에서 구할 수 있을까?

겨우살이_1
겨우살이_1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흔히 닭대가리라고 한다. 투명 아크릴 판 뒤쪽에 모이를 뿌려 놓으면, 돌아가면 될 것을 닭은 계속 아크릴 판을 부딪치며 앞으로 가려 한다. 지능지수는 7정도라 한다. 앵무새 종류인 잉꼬의 지능지수는 닭보다 다소 높다. 

우리 집 잉꼬 한 쌍은 리어카 위에 놓고 파는 것을 가져온 것이다. 추운 지방에서 살아가는 새가 아니기에 잉꼬 한 쌍도 겨울철에는 현관과 거실 사이에 모셨다. 새 돌보는 일은 여름철에도 주의를 단단히 해야 한다. 지난 여름철에는 잘 아는 길고양이가 참새 비슷한 솔새도 잡아다 문 앞 계단 위에 놓은 적이 있다. 새장 안에 있더라도 길고양이 위협에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기에 유독 주의를 하여야 한다. 여름철을 지나는 동안에는 유리구슬만한 알도 예닐곱 개 낳았다. 하지만 무정란이라 부화가 안된다고 한다. 

잉꼬는 나에게 의사 표시도 한다. 모이통 음식이 바닥이라도 나면 마치 우리가 앞니빨 사이에 낀 음식물을 빼내기 위해 혀로 막고 숨을 내뿜듯 소리를 마구 질러댄다. 물통에 물이 바닥이 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얼른 그릇을 채워 놓으면 찍찍 소리를 마다하고 살그머니 기어와서(결코 뛰어오는 일이 없다) 먹기 시작한다. 주위가 조용하다. 겨울철 사다놓은 먹이가 떨어질 낌새면 겸사겸사 남문시장에 나가야한다.  

이제 입춘, 우수도 지나 방구석의 선인장, 자벌레, 거미, 잉꼬들도 봄날을 기다린다. 봄은 이들에게 자유를 향한 희망의 표현이다. 
'나무는 나무끼리/짐승은 짐승끼리/우리도 우리끼리/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네 삶에도 진정한 봄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당신이 이 나라에서 한 겨울 동안....집에만 있었거나 비와 진흙, 그리고 추위를 뚫고 등교한 적이 있다면, 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겁니다. ...겨울의 끝을 갈망하는 욕망덕분에' 봄은 곧 올 겁니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