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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문화의 거리나 특화된 음식골목이 되면 좋겠다
김우영 언론인
2021-07-02 14:11:18최종 업데이트 : 2021-07-02 14:10:41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칼럼 상단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될 때 얘기다. 1945년 9월 8일 인천에 상륙한 미군은 미국 군정청 하지 사령관의 군정포고 1호로 서울과 인천지역에서 통금을 실시했다. 미군정의 치안유지 편의를 위해 설정된 뒤, 6.25 전쟁과 남북분단을 거치면서 고착화됐다. 1982년 1월까지 약 37년간 이다. 통행금지시간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였다. 크리스마스나 12월 31일 밤엔 해제되기도 하였다. 밤 새워 노는 젊은 청춘들로 여관은 늘 만원이었고 '크리스마스 베이비' 라는 말도 나왔다. 내 아내, 그 이후 여태 살고 있다.

 

군 입대를 한 달 앞둔 1977년 가을, 시를 쓰는 안양의 ㅂ형이 수원으로 놀러왔다. 그는 방위병으로 복무 중이어서 수원역 헌병들을 매우 두려워했다. 그래서 일행은 매산동 음습한 골목 안에 있는 대폿집에 자리했다. 그곳은 수원역 성매매집결지였다. 흥겨운 술자리가 무르익는 가운데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덧 통금시간이 다됐다.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긴 다 틀린 상황이어서 근처의 여인숙으로 자리를 옮겨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ㅂ형이 없다. 그 정신에도 일찍 출근한 것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 때의 기억은 또렷하다. 그 대폿집이 언제 없어졌는지 최근까지 영업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때 이후 그 골목으로 들어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 수원역 쪽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일부러 그 골목을 둘러봤다. 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변했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과연 모든 업소가 문을 닫았다. 붉은 조명 아래 선정적인 옷차림으로 앉아 있던 여인들은 없었다. 한쪽에서는 소방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폐쇄된 수원역 앞 성매매업소 거리

폐쇄된 수원역 앞 성매매업소 거리

 

수원역 앞 성매매업소가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초였다. 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가 하나둘씩 폐쇄됐지만 이 곳은 여전히 영업을 계속해왔다. 수원의 관문인 수원역 바로 맞은편에 형성된 성매매집결지는 수원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10여 년 전부터는 수원인근의 외국인노동자들까지 몰려 국제적인 홍등가가 됐다.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염태영 시장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업주들의 반발이 컸다. 이에 수원시는 2019년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정비를 위한 TF까지 신설했다. 성매매 집결지에 임시 사무실을 얻는 등 '배수진'을 치고 정비 사업에 돌입했다. 업주 설득과 동시에 성매매 집결지 중앙에 소방도로 개설을 시작했다. 시와 경찰·시민단체·주민들이 함께 성매매 집결지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런 적극적인 노력에 업주들도 호응하기 시작했고 자진 폐쇄·철수를 결정했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업주 모임인 '은하수마을'은 지난 4월 27일 전체 회의를 열고, 성매매집결지를 자진 폐쇄하기로 한 것이다. 성매매집결지는 지난 6월 1일부터 폐쇄됐다.

 

혹시나 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봤다. 거짓말처럼 단 한곳도 문을 연 곳이 없다. 예전에는 민망한 생각이 들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가거나 일부러 다른 길로 빙 돌아서 다녔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

 

'본업소는 은하수마을 발전을 위해 자진폐쇄하였습니다. 앞으로 성매매업소운영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6월 1일부터 폐쇄됐다'는 내용을 몇 개 나라 언어로 알리고 있다.

자진 폐쇄를 알리는 업소 안내문

자진 폐쇄를 알리는 업소 안내문폐쇄를 반대하는 업소

폐쇄를 반대하는 업소
 

그러나 몇몇 업소엔 '자진폐쇄가 아니라 강제폐쇄입니다'란 항의문과 '상중(喪中)'이란 종이가 붙어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지난 5월 15일 이곳에서 업소를 운영했던 여성이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행동이리라.

 

만장일치란 어려운 일이다. 지난 달 14일엔 일부 업주가 수원시청 앞에서 영업 손실 보상과 이주비 지급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한 수원시의 입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불법 영업의 영업 손실 보상금은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성매매집결지 중앙 소방도로 개설사업에 편입된 토지와 지장물(支障物)에 한해 보상하고, 사업 구간내 거주자에게는 보상 기준에 따른 이주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수원시는 앞으로 폐쇄된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주변 도로를 재포장하고, 보안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환경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곳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궁금하다. 내 개인적으로는 문화의 거리가 됐으면 좋겠다. 한편으론 업주들끼리 상의해 전주 막걸리 골목처럼 특화된 음식골목으로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우영 프로필 및 사진

 

 

 

김우영, 언론인,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음식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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