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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꿈은 뭐였니?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6-10-31 09:31:39최종 업데이트 : 2016-10-31 09:31:39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어린 시절, 움직이는 미물들은 모든 것이 신기했다. 일단 눈에 띄면 손을 댔다.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 자라를 기르기도 하였다. 자라에 물리면 놋젓가락도 잘라진다고 하는데 이미 잡는 방법을 터득한 터였다. 순전히 호기심에 지렁이를 길러 보았다면 사람들은 이핼 할까? 

거미를 잡아 거미줄 치는 과정을 확인하고, 거미줄에 걸린 파리를 돌돌 말아두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리고 거미줄에 다른 거미가 들어오면 어찌될까? 파리가 정말 벽에 달라붙지 못할까? 파리 흡반을 떼어 보기도 하고 거미줄에 다른 거미를 넣어보기도 했다. 병아리가 추위 탄다고 병아리 상자를 양지바른 연탄 화덕위에 올려놓고는 딴 짓을 했다. 하지만 화덕의 열기가 조금 남아있던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고양이는 어떻게 쥐를 잡을까하고 거미를 잡아 고양이를 부추겼다. 

가을이면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사마귀, 송충이 알집을 채집하여 집안에 들여놓아 겨울을 나게 한 적도 있다. 사육통은 좌우 위아래를 송판으로 짜고 앞뒤로는 철망을 댄 조그만 사각 통을 만들고 가죽을 이용하여 경첩도 만들어서 문을 달고 철사 고리로 자물쇠까지 만들어 붙였다. 그리곤 마당 한 쪽에 두고 언제 그것들이 알집을 뚫고 나오나 들여다보긴 하지만 잊고 지내기가 일쑤였다. 어느 따뜻한 봄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마당은 물론 장독대, 심지어 방안에까지 온 집안에 누르스름한 색깔의 사마귀 어린놈들이 바글바글 거렸다. 어머니는 영문을 모르시고 '아니 집안에 웬 사마귀가 이렇게 많냐?' 

도마뱀을 좋아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후 도마뱀을 잡으러 낙산으로 올라갔다. 낙산은 낙타산으로 낙타의 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낙타산은 북쪽의 북악산, 서쪽의 인왕산, 남쪽의 목멱산과 더불어 조선시대 한양의 내사산이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북의 백악, 동의 낙타, 서의 인왕, 남의 목멱으로 둘러싸인 내명당 풍수국면이 도성을 형성하여 한양풍수의 빼어난 점을 형성한다고 하였다. 그때만 해도 낙산은 숲이 우거지고 많은 곤충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화장 쪽에서 올라갔다. 이화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사저로, 중·고교 시절 통학길 이정표이기도 했다. 

도마뱀은 피부가 흙 색깔과 비슷하여 발견하기도 힘들고, 발견했다 하더라도 주위가 수상하다 싶으면 재빨리 숲 속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여간해서 잡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잡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도마뱀보다 더 재빨리 손을 뻗으면 그만이다. 잡는 일에 열중하다보니 벌써 산등성을 지나고 있었다. 이미 몇 마리는 주머니 속에 잡아넣은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 갈까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제법 커다란 놈이 눈에 띄었다. 됐다. 저놈만 잡고 가자. 재빨리 손을 뻗쳤다. 허나 놈은 더 빨랐다. 다시 쫓아가고 도망가고, 그러기를 수차례, 이제는 도저히 잡을 수 없겠다 싶어 비상수단을 쓰기로 했다. 돌을 집어 들었다. 바위와 풀 섶이 우거진 곳으로 달려가는 놈을 계속 뒤쫓다가 좋은 위치에서 돌멩이를 던졌다. 돌멩이 던지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 놈의 정신만 빠지도록 설맞게 던져야 한다. 왜냐? 상처 입은 도마뱀을 어떻게 길러? 설맞은 놈은 속도가 줄어들어 비틀비틀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재빠르다. 도망가는 도마뱀을 주위 상황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쫓기 시작했다. 

막바지 순간, 재빨리 손을 뻗어 놈을 붙잡았다. 순간 잠시 주춤했다. 손에는 도마뱀이 잡혀 있었지만 어쩐지 이상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살폈다. 아뿔싸, 내 오른발은 허공에 떠 있었다. 가만히 밑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바로 채석장 꼭대기였다. 화강암으로 조성된 낙산은 석질이 좋았던 모양이다. 사대산의 정기를 죽이려고 일본인들이 의도적으로 채석을 시작하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산을 깎아 들어간 채석장의 맨 위에 위치하고 내 한발은 허공에 나머지 한발은 절벽의 한쪽에 삐죽이 나온 소나무 뿌리에 걸려 있었다. 절벽은 수십 길은 되리라. 

네 꿈은 뭐였니?_1
개띠 주인장, 뭔꿈 꿔?

지금도 개, 고양이 그리고 새들과 함께 하고 가끔은 화분 안에 들어온 조그만 달팽이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집안 구석구석이 정신없다. 꼽등이, 거미, 길고양이까지 집안으로 덤벼든다. 이런 생활 형태는 카오스(chaos)일까? 프랙탈(fractal)일까? 무질서 속의 질서? 물론 아내가 주위의 동식물 등을 무지 좋아하기에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네 꿈은 뭐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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