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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西湖)와의 인연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2-10-10 15:56:09최종 업데이트 : 2012-10-10 15:56:09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동서 전문가의 만남은 서호에서 이뤄졌다

쌀의 원산지는 인도 또는 중국 운남성, 콩은 한국, 중국이 원산지이다. 배추 원산지는 중국, 밀은 터키, 이란지역, 감자는 안데스, 옥수수는 멕시코가 원산지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사람은 러시아의 식물유전학자 바빌로프(1887~1943)이다. 

그는 "재배식물의 기원중심지"를 발표하고(1926) 재배식물의 기원중심지를 중국, 인도를 포함한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근동, 지중해 연안, 에티오피아,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그리고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남미국가 8개 지역으로 구분하였으며(1940), 그 후 다른 연구자들이 12개 지역으로 세분하였다.

이 같은 결과는 1916년 바빌로프 자신이 직접 이란 및 파미르 지역에서의 밀, 보리, 호밀 야생종 탐색, 수집을 시작으로 1926년~1933년 지중해연안, 아프리카, 아시아, 북미, 중미, 남미 등 52개국을 탐험하고 이와 함께 세계 전역 180개 지역을 탐색한 러시아탐험대의 탐색결과였다. 

또한 바빌로프는 1929년 일본을 방문, 각 지역의 식물자원을 수집하면서 일본강점기 당시 한국에서도 콩, 팥, 밀 등을 수집하였다. 이들 자원은 이듬해 한국 수집자원으로 등록하였고 지금도 당시 수집된 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식량공급원으로서 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콩 전문가 도셋(1862~1943)과 모스(1884~1959)를 중심으로 콩 유전자원을 수집하기 위한 동방탐험대를 조직하고 1929년 3월 일본에 도착한다. 탐험대는 도쿄에 콩 탐색 본부를 설치하고 10월 중순까지 일본 콩을 수집한다. 

그리고 1929년 10월 한국에 들어와 콩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1개월 후 일본으로 돌아가 1930년 3월까지 일본의 콩 자원을 수집한다. 이후 1930년 4월~10월에는 중국 동북지역의 콩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1930년 11월~12월 다시 한국에서 수집활동을 계속한다. 그후 일본으로 돌아가 탐색활동을 계속한 후 콩 유전자원 4,500 여종을 수집하여 1931년 4월 귀국한다. 

모스가 확보한 콩 유전자원은 병해에 강한 품종 개발에 큰 공헌을 하며 미국이 콩 생산량 세계 1위를 차지하는데 밑거름이 된다. 이들 수집종들은 다음세대를 위하여 보존하여야 할 자원이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이미 이들 수집종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연히도 동서 양 진영의 세기적 식물학자 러시아의 바빌로프와 미국의 도셋·모스 탐험대는 한국을 방문한 1929년 10월 21일 서로 만난다. 그리고 함께 수원에서 농사시험장, 지금의 농촌진흥청을 방문한다. 그리고 서호, 항미정을 찾는다. 

서호(西湖)와의 인연_1
서호(西湖)와의 인연_1

이타적 과학자 바빌로프와 콩 전문가 도셋·모스의 만남, 지구촌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동서 전문가의 첫 만남은 이렇게 물의 고장 수원, 서호에서 이루어졌다. 
정조대왕의 백성사랑이 깃든, 한국농업의 핵심 수리시설을 상징하는 식량자급의지의 발원지인 서호. 가히 뜻 깊은 만남의 장소라 하겠다. 

'부어(鮒魚=붕어)의 살이 찌는 서호'. 자아작고(自我作古), 젊은 시절 서호 둑에 앉아 한 잔 술을 마신 연유로, 이후 나는 수십 년을 서호를 곁에 두고 지내왔다. 서호공원, 둘레 길을 곁에 둔 서호는 진정 만남의 장소로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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