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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라도 한번 쓸까보다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4-11-29 13:14:36최종 업데이트 : 2014-11-29 13:14:36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도선사는 넓지 않은 터에 법당과 요사채가 있다. 그런데 도선사 주지 도선스님은 첫인상이 보통사람과 달랐다. 호리호리하고 다부진 모습이 마치 소림사에서 내려온 까까머리 무술인 같았다. 연세는 50줄인 것 같은데도 다부진 모습은 40대로 보였다. 

어느 날 도선사에 가보니 훤칠한 키에 구레나룻이 수북한 장년의 호남형이 눈에 뜨인다. 잠시 절에 놀러온 듯 한데 주지스님과 이야기가 마냥 통한다. 남아공인가에 가서 커다란 쇠못을 손가락으로 꾸부린 이야기 등 무술 시범한 이야기로 시작하더니 이내 시범장면을 인쇄한 홍보물을 보인다. 주지스님도 맞장구치는 모습이 평소 두 분이 그 방면에 한가락 하던 솜씨인 것 같다. 

주지스님은 고운 보살과 함께 살고 있다. 장성한 아들은 예쁜 아가씨와 엉금엉금 걸어 다니는 두꺼비 같은 아들을 데리고 오기도 하였다. 주지스님은 손자를 안고 다니면서 손자에게 절을 물려줄 계획이라고 한다. 이 얘기 저 얘기 듣다가 아예 요사채로 들어가 스님의 원대한 계획을 듣는다. 저쪽 산기슭을 깎아 법당을 짓고 이쪽은 어떻게 하고 등등. 요사채에는 스님이 스리랑카를 다녀온 흔적이 엿보인다. 

스님께서는 목이 타는지 곡차를 한 잔 같이 마시자고 한다. "마시지요" 하니 요사채 안쪽으로 들어가 소주 한 병을 내온다. 애용하는 곡차라나. 그런데 사다 놓은 것이 다 떨어져 이것 밖에 없단다. 스님은 평소 도반(道伴)들과 함께 곡차를 즐기나 보다. 


요한 보스꼬 신부님은 훤칠한 이마에 큰 바위 얼굴이다. 보통 신부님을 생각할 때 과묵하고 경이롭고 곁에 가까이 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상상한다. 요한 보스꼬 신부님도 얼굴만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내면은 그런 분위기와는 아예 멀다. 팝을 좋아하고, 통기타를 튕겨가며 멋지게 한 곡조 뽑아대는가 하면 신나게 몸을 흔들어대기도 한다. 

동숭동 예술극장에서 '레미제라블'의 주교역을 맡기도 하고 '클린 마운틴 운동'을 함께하기 위하여 히말라야의 다울라기리에 올라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그런데 쓰레기의 절반이 '한국산'이었다나. 
또한 타 종교, 특히 스님과는 잘 통한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고 사회활동도 적극적으로 하시는 마당발 신부님이다. 술도 잘 마신다. 함께 술 한 잔 할 수 있는 괴짜 신부님이기도 하다. 물론 아침 해장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옥하고 천당하고 한판 붙으면 어느 쪽이 이길까? 천국! 땡. 지옥. 딩동댕. 이유는 판검사 변호사가 다 그쪽에 있으니까' 언론 매체에서 읽은 신부님의 썰렁 개그이다. 

무릇 스님, 신부님들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엄격한 수행 정진과 생활이 뒤따르고, 인간을 대표해서 고뇌와 고통을 신에게 전달한다지만 두 분처럼 일반인에 가까이 접근, 소통의 행보는 '팔꿈치 사회'에 빠져든 우리들을 편안케 하여 닫힌 마음을 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려는 코쿤(cocoon)족 등 많은 신인류까지도 신뢰를 주는 이 시대의 영원한 멘토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신을 믿지 않아도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면 신은 자비를 베풀 것이다' '진심과 뉘우치는 마음을 갖추면 신의 자비는 한계가 없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밝혔듯이, 지난 8월 방한한 교황의 '낮은 사목'에 환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거다. 
후안무치, 적반하장, 되돌아가는 시계, 남 탓만 하는, 누가 주인인지 모르도록 하는 현실, 시원하게 두 분께 속 풀이 떼라도 한번 써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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