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과 ‘온고지신(溫故知新)’
최형국/문학박사,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
2015-01-19 08:31:14최종 업데이트 : 2015-01-19 08:31:1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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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사자성어 중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 것에서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라는 뜻으로 지나간 과거의 일을 모두 잊어버릴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글귀이다. 원래의 글은 논어에 등장하는데,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자왈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라고 하여 옛 것을 알고 새것을 알면 마땅히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해석된다. 정조19년(1795) 을묘년 원행(園幸) 때에는 국왕이 친히 참석한 가운데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쌀을 나누어 주고 죽을 끓여 먹이는 진휼 행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의 행사 모습은 당시의 기록을 모두 모아 놓은『원행을묘정리의궤』중 신풍루사미도(新豊樓賜米圖)에 잘 나타나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온(溫)'에는 과거의 따스함이 담겨 있는 말이다. 백성들이 헐벗고 굶주리면 아무리 화려한 문장이나 음악도 한낱 공염불에 그치지 않는다. 또한 지나치게 폭압적인 권력행사로 두 눈과 귀를 막고 백성들을 억눌러 교화를 강요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 오직 사람에 대한 따스한 눈길과 손길로 그들의 고통과 삶의 응달진 곳을 감싸고 품어내야만 세상은 똑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누구든 학문 속에 담겨진 지식을 바탕으로 따스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그 사람이 진정한 스승이다. 역시 정치도 그와 같다. 시정잡배처럼 권력의 아귀다툼을 위해 제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촛불 하나를 밝히더라도 사람의 따스함을 풀어내는 정치가 진정한 백성을 위한 정치인 것이다. 정조의 온고지신에 대한 생각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현실 정치가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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