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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먹을 것으로부터 나온다'-정조와 농업
최형국/문학박사,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
2015-03-22 09:58:56최종 업데이트 : 2015-03-22 09:58:56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요, 민심은 먹을 것으로부터 나온다. 아무리 전쟁이 없는 태평성대의 세월이라도 배가 고프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통시대에 국왕이 가장먼저 챙겨야 했던 것이 백성들의 입을 채워주는 농업을 진흥시키는 일이었다. 

그런데 농업은 그 특성상 하늘이 해줘야 하는 일이 팔할이 넘는다. 종자를 심는 파종기나 모내기 때 비가 내리지 않은 가뭄 상태가 되면 아무리 비옥한 땅이라도 뿌리 내리가 어렵다.
반대로 가을 수확기에는 맑고 청명한 날이 많아야 안정적으로 수확을 하는데, 가을장마가 길어진다면 애써 키운 작물들이 모조리 썩어 버리고 만다. 농민들은 오로지 하늘만 쳐다보며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재지변으로 농사가 힘들어지면 전통시대 국왕들은 반드시 하늘과 소통하는 의식을 치러야 했다. 전통시대의 국왕의 존재는 하늘과 소통하는 민중의 대리인이기도 했다.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야 했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기청제(祈請祭)를 지내 하늘의 심사를 달래야 했다. 그렇게 백성의 마음을 어루만져야만 했다.

18세기 조선의 문예부흥기라 일컬어지는 정조시대에도 역시 하늘은 변화무쌍하였다. 연이은 가뭄과 홍수에 백성들의 굶주림은 멈추지 않았다.
정조의 경우는 재위한 24년 동안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정월마다 농사를 잘 지을 것을 당부하는 '권농윤음'을 반포하였다. 

또한 조선팔도의 농업 사정이 다르기 각 지역에 맞은 안정적인 농업정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농서윤음'을 반포하여 실제로 각 지방의 관리들이 현장에 맞는 농업대책을 상소로 올리기도 하였다. 이 윤음을 보면 정조가 농업과 백성들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 첫 머리를 보면, 정조는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며, 백성의 하늘은 농업이라 설명하였다. 또한 백성이 농사를 제대로 짓기 위해서는 하늘의 때와 상태 및 자기 지역의 특성을 읽고 좋은 관리를 비롯한 인재들이 한 마음을 가질 때 가능하다고 말하였다. 

정조는 이러한 결과물들과 규장각 각신들의 농업 안정책을 한데 모아 '농서대전(農書大全)'이라는 농업전문서의 편찬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안타깝게도 하늘의 운이 다하지 못해 그 책은 끝내 세상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정조는 재위 기간 내내 농업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표적으로 각 지방에 특별히 가뭄이 심하거나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곡식들의 피해가 발생하면 반드시 중앙관서에 보고하도록 어명으로 지시를 내리기까지 하였다. 또한 암행어사를 파견할 때에도 그 첫 번째 임무는 농업과 관련된 것으로 삼았으며, 중앙관서에서 지방으로 출장가는 관료가 다시 귀경하면 이들을 불러 현장의 상황을 직접 듣고자 하였다. 

'민심은 먹을 것으로부터 나온다'-정조와 농업_1
단원 김홍도가 그린 물을 높은 곳으로 퍼 올리는 농업용 기구인 수룡(水龍) 혹은 수차(水車)의 모습이다. 정조시대에는 과학적인 농업발전을 위하여 많은 농업관련 기구들이 실험 및 제작되었다. 특히 수원 화성 주변에는 대규모 둔전을 설치하여 농업발전의 중심지로 삼았다.

정조대 대표적인 풍속화 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김홍도의 수많은 농업관련 그림들 역시 당시 백성들의 삶을 직접 화폭에 담아 국왕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홍도의 경우는 궁중화원으로 정조의 초상화인 어진(御眞)을 그렸을 정도로 국왕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 그림들 안에는 백성들이 실제로 모내기를 하고 가을걷이를 하는 모습이 지극히 사실적으로 기록되어 있어 당대 사회상을 그림을 통해 연구할 정도로 사료적 가치가 높다. 

정조의 농업에 대한 관심은 현장에 대한 관심과 소통을 통해서 실현하고자 하였다. 오로지 해당 관료들이 올려주는 보고서나 수첩에 적힌 내용만 믿고 풀어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농사를 짓고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쉼 없이 들으며 농업정책을 안정화시켰다.
현장과 소통하는 정책이 진정 살아 있는 정책이며, 그 정책을 통해 백성들의 삶이 진정 윤택해 질 수 있으리라 믿고 실천했던 국왕이 정조다. 예나 지금이나 민심은 천심이다. 그들과 현장에서 소통해야만 비로소 백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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