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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반고등어와 끼워팔기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5-05-11 12:17:56최종 업데이트 : 2015-05-11 12:17:56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개혁 성과를 놓고 만족감을 표시한 기업이 10%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규제개혁의 우려되는 부분은 힘 있는 사람들이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규제개혁이란 이름하에 은근슬쩍 '끼워 넣기' 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 규제 완화이다.

대학 특기생 입학에 '끼워 넣기'가 말썽이 된 적이 있었다. '끼워 넣기'와 비슷한 형태로 '끼워 팔기'도 있다. 출고할 때 잘 팔리는 술과 잘 팔리지 않는 주류를 함께 출고한다. 이렇게 눈에 띄게 끼워 넣는 행위는 그래도 애교(?)가 있다. 프린터 잉크 등 소모품은 동일회사 제품을 구입하여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해외 플랜트 수출입 같은 것은 노하우가 깔려 있어 기술적 종속관계가 이루어지기 십상이다. 넓게 말하면 이것은 국가 간 '끼워 넣기'다. 

그런데 이와 같은 '끼워 넣기' 행동과 연관된 개미의 재미난 습성이 있다. 개미가 일 할 때는 전체가 일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그중 20%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는 집 근처에서 빈둥빈둥 논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는 20%만으로 다시 일을 시작한다 해도 역시 그중 80%는 빈둥빈둥 논다. 
군대에서도 이 원리를 적용하여 20%의 정예 부대를 만든다. 이게 곧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이드의 80:20 법칙이다. 

이 법칙은 조직 사회에서도 적용되어 직장 내의 상위 20%가 80%의 일을 수행하고 나머지 20%의 일은 80%가 수행한다. 그런데 상위 20%만으로 일을 한다 해도 또 그 중 20%가 80%의 일을 한다. 하지만 나머지 80%의 인원도 조직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된다. 
대형마트의 판매대 상품도 같은 원리이고 구매자 구성도 같은 원리이다. 우리가 개발한 특허기술과 실용신안 기술이 사업화하는 비율은 각각 31%와 18%라 한다. 결과로만 보면 우리나라 특허, 실용신안 기술은 10개 중 7~8개는 그냥 끼워둔 폭이 된다. 

그런데 '끼워 넣기'하면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즐겨 먹는 자반고등어가 아닐 수 없다. 자반고등어는 큰 것과 조금 작은 것을 한 쌍으로 해서 작은놈은 큰놈의 뱃속에 끼워 넣는다. 이렇게 해서 두 쌍을 한 세트로 해서 판다. 두 쌍 중 큰놈 두 마리는 싱싱하다. 
그러나 큰 놈 뱃속에 끼어있는 작은놈 중에는 언제나 물이 좀 떨어지는 놈이 하나 끼어있다. 그야말로 '끼워 넣기'의 원조가 된다. 어릴 적 이를 두고 어머니는 '얘야, 시골사람이 서울사람 속여먹는 재미에 장사하는 거란다'.

 

자반고등어와 끼워팔기 _1
자반고등어와 끼워팔기 _1

국가 간 '끼워 넣기'는 자칫 국민 세금이 손실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재임시절 MB는 외국과 28건의 자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은 자원외교와 관련해 26조원을 투자했고, 앞으로도 34조원을 추가로 투자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가운데 절반은 회수가 불가능하고, 일각에서는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지난 2009년 인수한 캐나다 에너지업체 '하베스트'(Harvest Energy Trust)는 인수직전 자산 가치를 크게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1조5천억 원의 손실을 낸, 자회사인 '날'(NARL)을 '끼워 넣어' 석유공사에 4조5천억 원에 팔아치웠다. 한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하베스트 생산광구의 가치를 1조8천억 원으로 추정했다. 4조5천억 원에 인수했다가 불과 5년 반 사이에 2조7억 원의 천문학적 국고 손실을 초래한 셈이다. 
MB자원외교? 행여 어머니가 곁에 계신다면 이를 두고 "얘야, 장사꾼이 제 돈 써서 장사하는 것 봤니?"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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