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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학 사랑하기
윤수천/동화작가
2015-06-28 12:02:08최종 업데이트 : 2015-06-28 12:02:0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한국문학의 거장이 네 분이나 된다. 서정주, 박목월, 황순원, 강소천. 이들은 모두 1915년생으로 일제의 압제와 6.25 전쟁 등 암흑기와 질곡의 세월을 몸으로 겪으면서도 문학의 혼을 잃지 않고 순수문학의 발자취를 한국문학사에 뚜렷이 남겼다.

미당이 남긴 절창 중에서 한국인의 애송시로 알려진 시는 여러 편이나 그 가운데서도 눈길을 끄는 시는 '선운사 동구'다. '선운사 골짜기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피지 안했고/막걸릿집 여자의/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미당은 1967년 고향인 전북 고창의 선운사를 떠올리며 이 시를 썼다고 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장을 시의 무대로 끌어들인 케이스다. 보잘 것 없던 산골마을 고창은 미당 덕분에 문학사에 기리 남는 행복한 고장이 되었다. 

향토문학 사랑하기_1
고창 미당생가


박목월은 별을 가슴에 품고 평생 연필로 시를 쓴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목월은 '나그네'를 애송시로 남겼다. '강나루 건너서/밀밭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 삼백 리//술 익는 마음마다/타는 저녁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목월의 고향은 신라의 고도 경주다. 그는 남도의 저 순박하면서도 은은한 정서를 언어의 예술로 승화시킨 탁월한 시인이었다. 시 '나그네'는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황순원은 맑고 이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그린 단편소설 '소나기'를 한국문학사에 남겼다.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성숙한 세계로 입문하는 통과제례의 시련을 보여준다. 냇가에서의 소녀와의 만남, 조약돌과 호두알로 은유되는 감정의 교류,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 소녀의 병세 악화, 그리고 소녀의 죽음......이 소설은 1959년 신태양이라는 잡지에 실렸다. 

작가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후배 작가들이 '소나기'의 뒷이야기를 소설로 다시 썼다. 전상국의 '가을하다', 박덕규의 '사람의 별', 서하진의 '다시 소나기', 이혜경의 '지워지지 않는 그 황톳물', 구병모의 '헤살'이 그것이다. 선배 작가가 남긴 명작을 다시금 음미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강소천은 아동문학가로 평생 어린이들만 생각하며 어린이들을 위한 일에만 매달려 산 작가이자 운동가였다. 그는 동요 '닭'을 비롯해 동화 '꿈을 찍는 사진관'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물 한 모금 입에 물고/하늘 한 번 쳐다보고,//또 한 모금 입에 물고/구름 한 번 쳐다보고'
동요 '닭'은 유아들의 노래로 불리어졌고, 이 노래를 안 부르고 자란 이들이 없을 만치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그가 묻힌 묘 앞에는 동요 <닭>이 시비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시비 뒷면에는 박목월 시인이 쓴 글이 새겨져 있다. '강소천은 갔지만/동화 나라의 강소천은/어린이와 더불어/영원히 이 세상에/살아 있으리라'

문학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 곧 삶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자신의 삶뿐 아니라 이웃들의 삶도 한 덩이로 묶어야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시대의 대변자이기도 하다. 
젊은 날 파리 특파원으로 날아가 세계문학 속의 명작을 찾아 작가들의 고향과 작품의 산실을 두루 탐사한 끝에 '세계문학컬러기행'이란 기사를 매주 1회씩 한국일보 지면에 발표하였고, 이를 마친 뒤엔 단행본으로 출간한 김성우 선생이 한 말이 있다. "소위 우리들이 명작이라고 하는 세계문학 속의 작품들은 거개가 작가의 신변 이야기였고, 작가가 어릴 적에 살았던 고장이 무대가 되고 있었다. 고향 속에 세계가 있다."

그렇다. 세계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작가가 태어났거나 자란 곳은 대체로 작은 시골이 아니면 소도시였다. 그러나 그 고장은 훌륭한 작가들에 의해 '세계적' 고장이 되었다. 향토문학은 이처럼 세계문학을 낳을 에너지를 처음부터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서정주, 박목월, 황순원, 강소천 네 분의 작가를 기리는 일은 그래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작가란 이름을 달고 살아가는 후배 문인들에게는 이분들이 곧 하나의 거울이며 교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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