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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의 아픔과 무심한 세월
윤수천/동화작가
2015-09-25 15:01:00최종 업데이트 : 2015-09-25 15:01:0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소설 '판문점'으로 널리 알려진 이호철 작가만큼 남북 분단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도 드물지 싶다. 고향이 함경남도 원산인 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6.25가 터지자 소년병으로 남하했다가 포로가 돼 북쪽으로 갔다가 1.4후퇴 때 흥남에서 미국 수송선을 타고 다시 남하하여 노동일을 하면서도 끝내 소설가로 청운의 꿈을 이룬 이뤘다.

그의 남하 이야기는 들을수록 가슴을 아리게 한다. 1.4후퇴 때 허둥지둥 피난민 대열을 따라가느라 방 한구석의 책꽂이에서 급하게 챙겨 넣고 나온 게 달랑 문고본 한 권이었다. 그는 그때 길어야 1주일 정도면 돌아오겠거니 하고 철석같이 믿었단다. 그랬는데 웬걸, 무심한 세월은 쉼 없이 흘러 어느새 65년이 돼버렸다. 

65년. 그 세월은 강산이 여섯 번을 변하고도 남을 세월이다. 명이 짧은 사람이라면 이미 저 세상으로 갔을 세월이기도 하다. 그 긴 세월 동안 남북 분단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이산가족'이라고 불러왔다.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그들의 재회를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다. 그러나 아직도 이 땅에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얼굴 한 번 마주하지 못한 채 세월과 함께 늙어가고 있다.

더욱이 우리를 초조하게 하는 것은 금년 말이면 이산가족 사망자 수가 생존자 수를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설혹 살아 있다손 치더라도 거동이 어렵거나 정신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호철 작가처럼 며칠만 떨어져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를 안고 헤어진 가족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가 1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20년이 가고... 설마 65년이란 세월이 흐를 줄이야 그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이산가족의 아픔과 무심한 세월_1
이산가족의 아픔과 무심한 세월_1

필자의 동화 가운데 '담을 허문 부부 나무'란 작품이 있다. 인삼 장수인 남편이 인삼을 팔러 남녘 마을로 내려간 사이 남녘 마을과 북녘 마을 사이에 느닷없이 담이 쳐져 서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이야기다. 그 때문에 금슬 좋은 부부는 애가 타고 피가 마를 지경이다. 남녘 마을의 남편은 아내 생일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며칠 뒤 북녘의 아내도 남편의 생일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두 나무는 세월과 함께 자라 어느덧 아름드리나무가 된다. 담을 지키던 두 마을의 병사들이 어느 날 담벼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한다. 두 마을의 병사들은 적군이 땅 밑으로 쳐들어오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끝에 담 밑을 파본다. 그러자 어디서 뻗어왔는지 두 무더기의 나무뿌리들이 마치 연인들이 부둥켜안듯이 엉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담벼락의 금은 그 나무뿌리들이 서로 엉키면서 땅 속에 힘이 생겨난 탓 때문이었다. 두 마을의 병사들은 이 너무도 놀랍고 신기한 일에 급기야 나무뿌리를 따라 가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알아냈다. 그 나무뿌리들은 바로 인삼 장수인 남편과 그의 아내가 상대방의 생일에 심은 나무에서 뻗어온 뿌리였던 것. 부부의 깊은 사랑이 결국 나무들에까지 전해져 꿈쩍도 하지 않던 담을 허물었다는 내용의 동화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다. 그와 함께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광복의 기쁨과 분단의 고통이 서로 맞물려 감회 또한 복잡하다. 10월 20일-26일로 예정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이번 상봉은 남북 간 각 100명으로 장소는 금강산 면회소로 잡혀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아 민족의 자랑인 금강산에서 펼쳐질 60년만의 재회야말로 경사 중에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의미는 단지 헤어졌던 혈육의 만남을 떠나 우리가 같은 민족임을 확인하고 나아가 통일로 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우린 또 가야한다/아픈 다리 질질 끌면서라도/잠기는 눈 쓰리도록 비벼가면서라도/가다가 넘어지면 또 일어서고, 일어서지 못하면/엉금엉금 기어서라도 가야한다//통일은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 법,/누가 가져다주지도 않는 법,/우리가 아픈 다리 끌며 갈 때/비로소 미소 지으려니//아, 그날/우리 깨끗한 손으로 만나야 하리/저 어린 것들의 천진난만한 얼굴로 만냐야 하리/저 어린 것들의 하늘같은 마음으로 만나야 하리.'-졸시' 우린 또 가야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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