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주일에 하루 수원의 한 도서관에 강의를 하러 나간다. 벌써 열해 째 해오는 강의다. 강의 내용은 글쓰기. 50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다. 윤수천씨가 진행하는 수원중앙도서관의 글쓰기 강좌 그렇게 해서 마련한 강의 교재가 수강생들의 구미에 맞는 경우, 강의자의 기쁨은 마치 여름 한철 땀 흘려 가꾼 곡식을 거두었을 때의 환희와 맞먹는다. 그러고 보면 가르친다는 것은 남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기보다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둘째 시간은 수강생들의 작품발표 시간이다. 일주일 동안 공들여 쓴 글을 가지고 나와서 발표를 한 뒤 다른 사람들의 소감과 지도강사인 나의 평을 듣는다. 그렇다고 해서 수강생 모두가 글을 써오는 건 아니다. 글은 써오지 않더라도 듣기만 하는 수강생도 있다. 한마디로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 글을 커피나 과자쯤으로 즐기는 시간이라 하겠다. 이 강좌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계속되는데 끝날 때쯤엔 수강생들이 쓴 그 동안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내는 기쁨도 갖고 있다. 나는 나이 든 이들에게 글쓰기를 권한다. 노후의 벗으로 글쓰기만 한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는 그 순간부터 삶이 새롭게 보이고 설렌다. 같은 사물을 대하더라도 그냥 건성으로 보아 넘기지 않고 마음으로 보게 된다.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글쓰기의 좋은 점은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혼자일 경우에도 무료하다거나 따분하지 않다. 오히려 혼자인 경우 글쓰기는 좋은 벗이 된다. 게다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가 들면 하루해를 보내기가 그리 수월한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일이 없는 이에겐 하루 종일 멀뚱히 앉아 해바라기나 하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온 인사가 "요즘엔 무엇으로 소일하십니까?" 가 아닐까 싶다. 내가 어렸을 때 어르신들이 서로 만나면 그런 인사를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땐 별 이상한 인사도 다 있다고 웃어 넘겼는데 나이를 먹고 나서야 그 뜻을 알게 되었다. 이제 갓 50줄에 들어선 사람에서부터 80에 가까운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내가 늘 고맙게 여기는 게 있다. 글쓰기는 우리네 삶을 젊고 싱싱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헬스장 같은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펜을 쥐고 앉아 있으면 혼자라도 쓸쓸하지 않으니 이 또한 생을 즐기는 여유가 아니겠는가. 외롭고 적막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황혼, 하지만 글을 곁에 두고 지내면 이 쓸쓸한 황혼도 얼마든지 낭만적인 노을로 리모델링할 수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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