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이어 학원 수업이다. 이것도 모자라서 개인 지도까지 받는 학생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니까 학생 입장에서 보자면 두 곳 내지는 세 곳의 학교를 다니는 꼴이다. 때론 심심할 줄도 알아야 한다_1 그뿐만이 아니다. 어느 날엔 인생이란 뭔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리고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는 날밤엔 수신인도 없는 장문의 편지를 썼는가 하면, 또 어느 날엔 발목이 저리도록 들길을 걷기도 했다. 그 모든 게 심심함을 떨쳐내기 위한 사춘기적 몸부림이었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심심함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린 그 쓸쓸하면서도 외로웠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무엇이 인생을 아름답게 하고 살찌우고 행복하게 하는가를 고민할 수가 있었으니까. 그것은 어쩌면 산중의 수도승들이 면벽 대좌를 통해 인생을 깨닫는 것과 같은 산 공부요, 수업의 일종이었는지도 모른다. 평생 언론인으로 살았고 젊은 날 프랑스 특파원으로 파리에 머물면서 세계문학의 현장을 누빈 끝에 컬러기행 '세계문학전집'을 펴낸 바 있는 김성우 선생의 고향은 저 남해의 고도 욕지도다. 그는 왼 종일 바다와 하늘만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늘 쓸쓸하고 외로웠다고 했다. 그러다가 철이 들었을 무렵 세계지도를 펴놓고 들여다보다가 크게 절망했다고 했다. 바늘귀만도 못한 그 작디작은 섬에서 태어난 몸이 과연 앞으로 무엇을 하며 꿈을 이룰 것인가, 하고 고뇌했단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막대기를 자로 삼아 세계지도 위에다 직선을 그어 보니 놀랍게도 세계 어디든 갈 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게 아닌가. 그날부터 그는 세계로 나아가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는 마침내 열심히 공부한 끝에 명문대학을 나와 기자가 되어 프랑스 특파원으로 날아갔던 것이다. 사람은 때로 심심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은 결코 쓸모없는 시간이거나 버려진 시간이 아닌 것이다. 자신을 돌아다보는 시간일 수도 있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론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황금 같은 시간일 수도 있다. 과중한 학업에다가 틈만 났다 하면 스마트폰에 정신을 홀라당 빼앗기는 요즘의 학생들을 보는 일은 그래서 안타깝다. 저 꿈 많은 미래의 청소년들에게 가끔은 쓸쓸함도 넣어주고 외로움도 키워주는 사색과 낭만의 인생 공부도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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