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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인재에 대한 믿음
최형국(문학박사, 수원문화재단 무예24기시범단 수석단원)
2014-12-21 09:51:38최종 업데이트 : 2014-12-21 09:51:3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인재를 잘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순리대로 풀어가기 위한 기본이자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사람을 믿고 쓰는 일은 그 만큼 어렵고 귀한 일이다. 
좋은 인재 하나를 키우고 그 인재가 제대로 능력을 펼친다면 세상에 두루두루 도움이 되기에 단순히 한 자리를 채우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반대로 잘못된 인사로 인해 펼쳐지는 막대한 손해는 단순히 그 조직을 넘어 세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많다. 

조선후기 성군이라 칭송받는 정조의 인재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각별하였다. 자신이 처한 극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좋은 인재의 도움을 받아 국정을 살피는 것은 당대의 최우선 과제였다. 
정조는 옛 격언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임금의 큰 정사는 사람을 등용하고 사람을 신임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다. 신임하고 등용하는 방도에 있어서는 장수와 재상에 관한 것이 더욱 중요하니 의심스러우면 맡기지 말고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라."고 하였다. 

정조는 국가라는 거대조직에서 사람을 등용하는 일은 단순히 자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하였다. 사적인 감정을 접어 두고 오로지 일과 사람에 중심을 두고 국정을 운영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구선복(具善復)의 경우가 그러하다. 구선복은 당대 핵심 군영인 훈련도감의 대장을 맡으면서 다양한 국방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그는 정조의 생부인 사도세자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원수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정조는 그를 생각하면 '살점을 씹어 먹고 가죽을 벗겨 깔고 자도 시원치 않았다'라고 토로했을 정도로 뼈 속까지 원한에 사묻힌 상태였다.

그러함에도 그의 능력을 높이 여겨 중용한 것이었다. 심지어 그와 종형제간인 이주국(李柱國)을 경기북부 방어 사령관 격인 총융청의 대장인 총융사로 임명했을 정도였다. 이는 정조가 단순히 그들이 딴마음을 가진 것을 심적으로 안정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원수같은 존재들일지라도 당당하게 말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보이고자 하는 자존감에서 출발한 믿음이었다. 

이후 병오년(1786)에 훈련대장 구선복이 역모를 준비하다가 발각되어 국법에 의해 처단된 후에도 이주국은 총융사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주변에서 역모와 직접적 연관이 없을지라도 친척이기에 총융사도 죄를 물어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정조는 일언지하에 모든 것을 덮어 버렸다.

정조는 말 그대로 '의심스러우면 맡기지 말고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격언을 몸소 실천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믿음으로 인재를 좋은 길로 인도하려 했다. 
총융사 이주국의 경우도 스스로 '죽을 것을 살려 주고 마른 뼈에 살을 붙여 줬다고 할 만하다'고 자평할 정도로 인재에 대한 지극한 관심을 보여준 것이다. 만약 총융사가 이 일을 반면교사로 삼고 장수로서 뛰어난 국방정책을 풀어낸다면 오히려 국가에 더 큰 이로움이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조의 속마음을 살짝 들여다 보면, 실력이나 능력은 둘째 문제고 오로지 출신배경과 당색에만 치우친 당대의 인사문제를 풀어내려고 펼친 몸부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지도자는 늘 이러한 인사에 대한 고민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그 고민의 해결점은 오로지 사람에 대한 믿음이며, 사람에 대한 지극한 관심 뿐이다.

 정조의 인재에 대한 믿음_1
낙남헌방방도(洛南軒放榜圖)

1795년 윤2월 11일, 정조가 수원향교에서 성묘 전배를 마치고 유생들을 시취한 뒤 낙남헌에서 거행한 방방 장면을 그린 것이다. 특별 과거시험인 별시(別試) 합격자 시상식이 화성거둥 기념으로 펼쳐졌다. 
이날은 모두 문과 5명, 무과 56명을 뽑아 정조가 무사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인재는 스스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보살핌 속에서 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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