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야구가 있어 좋다
윤수천/동화작가
2014-05-18 09:03:47최종 업데이트 : 2014-05-18 09:03:4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언제부턴가 나는 야구광이 되었다. 프로 야구가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마음이 설렌다. 오늘은 어느 팀이, 어느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펼칠까 기대가 크다. 
 
야구는 다른 구기 종목과 다른 특별한 성격을 가진 경기이다. 다른 구기 종목들이 상대방 진지를 쳐들어가 부숴야만 점수를 주는 데 반해, 야구란 경기는 제 힘으로 홈(집)을 떠나 1루, 2루, 3루를 거쳐 떠났던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점수를 주는 경기이다. 해서 야구를 인생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야구의 1루, 2루, 3루는 인생살이에서 무엇인가? 고난과 역경에 해당할 것이다. 선수가 자기 집을 떠나 갖은 고난과 역경을 헤친 끝에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것! 홈인은 그런 의미에서 값진 '귀향'이 아닐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태어나 한 생을 사는 일은 야구 선수가 집을 떠나 3개의 루를 거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그런 뜻에서 노년은 황혼기라기보다 홈인에 해당한다.

야구가 있어 좋다_1
수원 kt위즈 선수가 홈으로 들어오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게다가 야구는 삶의 교훈까지 준다. 자기 팀을 위해 때론 희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즉 루상에 나간 자기 선수를 진루시키기 위해 자신은 번트를 해야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땀을 흘리는 일 역시 어떻게 보면 훌륭한 희생 번트다. 희생 번트는 부모와 자식 간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일면서식도 없는 남남 사이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뜻하지 않은 사고나 위급한 상황에서 나보다 다른 이의 생명을 보살피는 의사자의 행동 또한 값진 희생 번트다. 지난 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이런 번트 정신은 예외 없이 빛났다.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가라앉는 절대 절명의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구명 조키를 벗어준 이들이 적지 않았다.   

야구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교훈은 이밖에도 많다. 과욕은 절대 금물임을 야구는 보여준다. 즉 안타를 치고도 욕심을 부려 과한 진루를 꾀하다 보면 예외 없이 아웃을 당한다. 자신의 걸음(능력) 속도를 알고 멈출 줄 아는 것도 지혜에 해당한다. 우리네 삶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세월호의 과적은 결국 침몰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야구란 경기는 어느 팀이고 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문제는 그 기회를 살리느냐, 아니면 무산시키느냐에 승패가 달렸다. 우리네 삶에도 기회가 몇 차례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 기회를 잘 살리면 성공의 길로 나아갈 수가 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놓치면 실패하게 된다.

야구는 양 팀에 기회를 주는 반면에 반드시 몇 차례의 위기도 준다. 이 위기를 선수들이 합심하여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승리의 찬가를 부를 수 있다. 우리네 인생살이에도 위기는 반드시 끼어든다.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면 새로운 운명이 열린다. 위기가 기회란 말은 그래서 나왔지 싶다.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 하는 데는 이런 점 때문이리라.

나이를 먹으면서 야구가 더욱 좋아짐을 숨길 수 없다. 홈을 떠난 선수들이 동료 선수들의 희생과 협동에 의해 차례차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는 일은 즐겁다 못해 행복해지기까지 한다. 시원한 한 방에 점수를 얻는 홈런도 보기 좋지만 머리를 쥐어짜는 작전과 짧은 안타로 점수를 얻는 짜릿한 맛은 야구의 묘미 가운데 묘미다. 올해는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가세로 더욱 볼만해 졌다. 여기에 토종 선수와 외국 선수의 홈런 경쟁도 뜨겁다. 

프로 야구 경기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이어진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은 1년 내내 호사를 만났다. 굳이 야구장을 찾지 않더라도 집에서 편안하게 앉아 경기를 관람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여기에다 야구의 본고장인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류현진과 추신수 경기뿐 아니라 일본 프로 무대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 오승환의 경기까지 안방에서 공짜로 관람을 하게 되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내년에는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KT 프로야구 10구단 케이티 위즈가 경기에 참가하니 수원시민의 한 사람으로 기쁘기 그지없다. 부디 '비상한 솜씨와 비상한 재능'의 뜻을 지닌 케이티 위즈란 이름처럼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꿈과 희망을 듬뿍 안겨 주었음 한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