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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은 에너지다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5-03-16 08:54:24최종 업데이트 : 2015-03-16 08:54:2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똥은 물질대사에 의해 우리 몸에서 빠져나온 물질이다. 사람은 보통 하루에 1회 200g 내외의 똥을 배출한다. 여자는 남자보다 양과 횟수가 적다고 한다. 색은 보통 황갈색에서 흑갈색을 띠며, 채소를 많이 먹은 똥은 푸르고 잡곡을 먹은 똥은 누렇다. 고기를 많이 먹은 똥은 색깔이 검다. 똥 색깔은 섭취한 음식물의 종류 및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건강한 똥 색깔은 따로 없다.

똥은 가치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똥·오줌은 훌륭한 유기질 거름이 된다. 정조(1783)는 고을 수령들에게 농사를 권장하여 논밭을 갈 때는 반드시 깊게 갈고 김을 맬 때는 깨끗이 매며 분뇨를 져다가 척박한 땅을 기름지게 하라고 지시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 경성부(서울시)로부터 독점적으로 시내 똥·오줌을 공급받아 막대한 이익을 보던 일본인 비료제조회사가 사업을 중단하자, 경성부는 금후 똥·오줌은 시 외곽 농민 또는 김포농민에게 판매한다는 1920년도 옛 기사가 눈에 띈다. 같은 해 기사를 보면  '사람마다 내어놓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식당이니 책상이니 관등에 따라 구별하더니 이번에는 변소마저 구별한다'고 총독부에 일침을 놓는다. 

지난 50~60년대만 하더러도 서울시내 가정집 변소를 치기 위해 시청 똥차가 다녔다. 똥차 뒤에는 지금의 청소차 요원처럼 똥바가지로 똥을 퍼 똥지게로 나르는 사람이 탔다. 그네들은 '변소 쳐요~, 똥 퍼요~' 외치면서 골목길을 누볐다. 푸는 량에 따라 똥 푼 값을 주어야 한다. 
어릴 적 나는 똥지게를 몇 번 나르나? 똥지게에 똥은 가득 채우고 나르나? 하고 셈을 한 적이 있다. 옆집보다 먼저 퍼내기 위해 담배 값을 집어주기도 했다. 수거한 똥·오줌은 인근 농가에 공급한다. 이 시절 세종로네거리의 공중변소 '문화변소'는 소변기, 유리창 문짝 도난이 잦아 서울시에서 아예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바닷새들의 똥은 조분석(鳥糞石)이라 하여 비료의 원료이자 화약의 원료로도 사용되었다. 커피 루왁은 사향고양이가 커피콩을 먹고 싼 똥에서 커피콩을 수거하여 만들어지지만,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의 논란거리가 된다. 잡초에도 똥 이름이 있다. 줄기에 상처를 내면 나오는 노란 유액이 배내똥과 같다하여 이름 지어진 애기똥풀은 복부 통증 진통제로도 쓰인다.  

똥은 인류 최초의, 누구나 생산 가능한 자제품(?)이다. 이상의 '권태'에서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아이들은 똥 누기 놀이를 한다. 남정현의 '너는 뭐냐'에서는 아내는 아침마다 요강을 타고 끙끙거린다. 방영웅의 '분례기' 주인공 이름은 아예 '똥례'이다. 

똥에서는 시골냄새가 난다. 중종(1514) 때 영사(정1품) 김응기가 아뢰기를 '궐내에서 분뇨를 모아다 채소를 심기도 하니 일절 금지하게 하소서' 하니 왕은 이를 윤허하였다. 하지만 국정을 맡은 대신으로서 국정에 대한 일은 아뢰지 아니하고 궐내 공지의 불결한 것만 걱정을 한다고 하여 식자들은 이를 비웃었다. 나라의 큰 그림 정책은 젖혀 놓고 뜬금없이 유체이탈 발상 등을 쫒는 무능함을 나무라는 현실과도 상통한다. 

인간의 똥을 에너지로 변환하면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20%의 절약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지난 해 영국에서 처음 똥 버스가 등장했다. 사람들의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만을 이용,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바이오버스다. 버스에 이용되는 바이오메탄가스는 하수처리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가스는 전통적인 디젤 엔진보다 지속적이면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이다. 등장하자마자 주목 받는 바이오버스는 가스 한 탱크로 최대 300㎞까지 주행 가능하며 디젤버스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0%까지 적다. 우리나라도 한때 가축분뇨를 이용, 메탄가스를 얻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축산농가에 장려하기도 하였다.  

똥은 에너지다_1
새로 개관한 해우재 문화센터

지난 2010년 세계유일의 변기모양의 박물관인 '해우재'가 개관한데 이어, 이번에 해우재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화장실 문화체험과 교육을 위한 문화센터이다. 이로서 수원시는 명실상부하게 화장실 문화의 중심도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똥은 훌륭한 에너지원이다. 똥 문화 해우재문화센터, 똥 박물관 해우재 또한 시민생활의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친환경 에너지원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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