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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밥’이다
최형국/사학 박사, 중앙대 강사)
2015-04-17 15:10:48최종 업데이트 : 2015-04-17 15:10:4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다. 권력을 가진 특정 계급의 사람들만이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늘 정치를 말하고 듣는다. 비단 사회문제나 특정 정파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소소하게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정치의 일부라는 것이다. 

현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한 의견 표출은 물론이고 친구간이나 가족간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에 대한 의견들도 정치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맛있는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나 어제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또한 정치에 해당한다. 
심지어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SNS에 좋은 풍광과 함께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위 또한 정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 이야기나 풍경을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간에 영향을 끼치게 한다면 그것이 정치행위인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간에 일정한 공동체에 소속될 수밖에 없다. 크게 보면 국가라는 소위 거대 민족공동체부터 가족이라는 작은 혈연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셀 수도 없이 많은 집단에 교집합의 형태로 귀속되어 살아간다. 따라서 그 거대 공동체 속의 개인이라는 존재는 그 집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이 정치다.

 

정치는 '밥'이다_1
화성원행반차도(華城園幸班次圖)/정조 임금이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으로 향하는 왕실 행차의 전모를 그린 기록화의 일부이다. 정조의 화성행차는 단순한 능행이 아니었다. 수천의 중무장한 군사들과 화려한 의장도구를 휘날리며 백성들과 신하들에게 왕실의 권위를 알렸던 굉장히 정치적인 행렬이기도 했다.

우리의 머릿속에서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회상하는 것부터 정치는 시작된다. 우리의 머리 속에 저장된 기억은 지극히 사적인 기억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인식을 공유하는 집단기억들이 공존한다. 그리고 이 사적인 기억과 집단기억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개인의 정치적 의견을 만들어 낸다. 누군가는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음성이나 문자화된 기록 장치를 통해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개인의 정치력이다. 

조선의 제22대 국왕인 정조는 대국민 담화문격인 윤음(綸音)에서 '부녀자의 복식(服飾)은 정치와 무관한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라고하며 조선시대 부녀자의 일상생활 일부도 정치와 연관된 것이라 강하게 주장한 적이 있다. 
당시 여인의 머리를 치장하는 '다리' 즉 가채(加髢)의 사치화 현상이 극에 달하자 이를 변화시키기 위하여 윤음을 내린 것 중의 일부이다. 개인이 머리에 어떤 치장을 하든 보고 이뻐해주는 사람만 좋다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그것의 영향력이 공동체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 또한 정치와 연관된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정치는 그렇게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가끔 누군가가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을 몹시 싫어하며 오로지 자신은 비정치적인 이야기만 듣고 싶다며 과감하게 관계맺음을 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서는 너무 정치적인 이야기만 한다며 보기 싫다는 식으로 험담을 펼치기도 한다. 만약 진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어떠한 공동체에도 귀속되기를 거부하고 깊은 산속에 혼자 은거하며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것이 옳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혹은 그 생각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본인 또한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그 사람이 오늘 가족과 함께 식탁에서 나눈 이야기 또한 작은 정치의 일부이며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서 일하는 행위 자체도 거대 사회에 도움을 주는 정치와 연관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우리의 삶에서 공기이며 물이다. 단지 그것들의 의미성이나 가치를 서로 다르게 인지할 뿐이지 그것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가 깊은 물 속에 빠진다면 공기라는 존재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며, 물 없는 사막에서 목마름을 채울 수 있는 한 그릇의 물의 의미는 다른 누군가에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개인은 서로 다른 존재이며 그들이 생각하는 사고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 1조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의미 역시 개인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자는 '정치가 밥을 먹여주나?'식의 라는 의문을 갖기도 하지만 정치는 밥을 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정치 그 자체가 '밥'이며 우리네 '삶'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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