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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에서 말 발굽소리를 들어 보자
최형국/역사학박사, 수원문화재단 무예24기시범단 수석단원
2013-12-29 10:22:01최종 업데이트 : 2013-12-29 10:22:01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가 밝았다. 질풍처럼 갈기를 휘날리며 내달리는 말의 움직임은 세상 무엇보다도 역동적이다. 전통시대에 말은 소와 함께 농사의 중요한 생산수단으로도 활용되었다. 
특히 전투마로 훈련된 말을 탄 기병은 전통시대 가장 뛰어난 전투력으로 국가방위의 핵심을 담당하였다. 또한 역마라고 하여 긴급하게 소식을 전파하는데 사용한 파발마는 당대 최고의 대우를 받는 말이었다.

수원 화성에서도 많은 말들이 길러졌었다.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좌우로는 남군영과 북군영이 있는데, 여기서 정조의 친위부대인 장용영에서 활용하는 전투마가 길러졌다. 또한 정조대 화성을 쌓으면서 새로 만든 영화역(迎華驛)은 삼남지방의 모든 소식이 모여지는 직로(直路)로 승격되면서 당시 가장 중요한 역으로 인식되었다. 

영화역의 정확한 위치는 화성방어 및 통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곳이므로, 도성과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위치인 장안문 밖 오른편쪽 가까운 곳(장안문 밖 동쪽 1리쯤-현재의 수원교육청 사거리 부근)에 영화역을 건설하도록 하였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러 창덕궁을 떠나 화성을 향해 움직이면 가장 먼저 영화역에 소식이 전해져 국왕 행차에 만전을 기하였다. 수원 화성에서 가장 먼저 정조를 맞이했던 군사들이 바로 영화역을 지키던 군사들이었다. 그래서 그 이름 또한 '영화(迎華)'라고 해서 국왕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불렸던 것이다. 

수원 화성에서 말 발굽소리를 들어 보자_1
'화성성역의궤'에 그려진 영화역의 모습이다. 영화역 뒷쪽으로 말들이 자유롭게 뛰어 노는 양마장이 있었다. 영화역의 복원과 함께 양마장에서 말을 길러 화성의 문화콘텐츠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화성성역의궤'를 보면, 영화역의 중요 시설물로는 영화관(迎華館), 내아(內衙), 별당(別堂), 아전청(衙前廳), 내삼문(內三門) 등 모두 52칸의 규모로 이루어 졌다. 영화관의 상량문은 이면응(李冕膺)이 지었고, 외삼문에 '영화독우아문(迎華督郵衙門)'이란 편액을 걸었으며 영화역 찰방이 화성의 북쪽을 방어하는 북성의 척후장(斥候將)을 겸직하게 하였다.

현재 화성 성곽의 대부분이 복원되어 그 역사적 위용을 드높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영화역의 복원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복원과 함께 실제로 그곳에 말을 키워 화성에 주둔하고 있었던 장용영의 살아 있는 모습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자연 체험장과 같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화성의 매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간은 단순한 역의 복원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조대 당시 기마문화 전반을 체험하고 다룰 수 있는 전시시설과 실제 양마장을 함께 배치하여 당대의 마문화사를 눈과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만약 화성행궁 남·북군영 마굿간에 말을 키우고 복원된 영화역 양마장에서 말을 안정적으로 사육 혹은 방목할 수 있다면 장용영의 기병대인 선기대 및 친군위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능행차 연시 및 수위의식 등)에도 효과적으로 말을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몇 해 전 수원 화성의 역사문화콘텐츠 전략에 관한 논문을 학계에 발표하기도 해서 많은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오늘도 수원 화성은 여전히 안녕하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만 보여지는 겉모습만 남아 그저 사람들의 눈으로만 즐기는 공간으로 기억되어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하다. 정조시대 화성은 수많은 말들이 길러지고, 장용영 최정예 기병부대인 선기대와 친군위의 군사들이 목숨을 걸고 지켰던 최고의 요새였다. 

이제 그곳에서 말들이 달려 다니며 당대를 회상할 수 있게 한다면 아마도 최고의 문화콘텐츠 자원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숨 쉬지 않는 화성의 구조물에 장용영 군사들의 입김을 불어 넣어 그것이 진정 살아 있는 역사의 공간임을 느끼도록 해보는 것이 진정 화성을 화성답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2014 청마(靑馬)의 해, 역사문화관광의 도시 수원에서 힘찬 말 말굽 소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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