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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노년, 외롭지 않게
윤수천/동화작가
2014-10-12 10:31:10최종 업데이트 : 2014-10-12 10:31:1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며칠 전 동화 한 편을 써서 출판사에 넘겼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아이와 옆집에 이사 온 혼자 사는 할아버지와의 사이에 벌어지는 잔잔한 이야기다. 영훈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운 나머지 옆집에 이사 온 할아버지와 친구가 됐음 하고 바란다. 그래서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구멍이 나 있는 담구멍을 통해 매일 옆집 할아버지를 엿보곤 하는데, 할아버지의 하루 삶이란 게 여간 이상하지 않다. 어느 날엔 왼 종일 마당에 나와 쓸쓸해하지 않나, 어느 날엔 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지 않나...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게 종이비행기다. 편지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옆집으로 날려 보낸다. 할아버지랑 친구를 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다. 그러나 기대한 것과는 달리 생각 중이라는 답장의 종이비행기만 두어 차례 날아온다. 조바심이 난 영훈이,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담구멍에서 할아버지가 사라진다. 마당에서도, 마루에서도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막 가방을 벗으려는데 텔레비전에서 놀라운 뉴스를 알린다. 혼자 살던 할아버지가 죽은 지 일주일이 지나 이웃집에 의해 발견됐다는 뉴스다. 영훈이는 할아버지도 혼자 앓다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고는 엄마를 이끌고 나가 옆집 대문에 달린 초인종을 누른다. 한 번, 두 번, 세 번...그러나 좀처럼 대답이 없다. 그때 마침 등 뒤에 나타난 할아버지. 일이 있어 그 동안 시골에 가 있었다는 말에 안도하는 영훈이와 영훈이의 지극한 관심과 정성에 감격하는 할아버지. 두 사람은 마침내 친구가 된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치달으면서 혼자 사는 노인의 숫자도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그들은 건강문제, 경제문제 같은 어려움 외에도 소외감과 외로움과도 싸우고 있다. 아니, 싸운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의 60대 이상의 고령세대들은 험난한 시대를 헤쳐 온 역사의 주역들이란 사실이다. 이른 나이에 전쟁을 겪어야 했고, 가난을 운명처럼 안고 살아야 했고, 그런 속에서도 국방과 경제를 일으키는 데 온 몸을 던져야 했던 세대들이다. 또한 일신의 영화나 낙보다는 자식들을 위해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제대로 못 입은 못난이들이다. 하지만 그런 못난이들 덕분에 나라는 이만큼 부강해졌고 윤택해졌다. 

생각해 보라. 그들이 고생을 외면하고 일신의 편안함만을 추구했다면 과연 오늘의 이 풍요로움을 바랄 수가 있었겠는가? 그들은 낯설고 물 설은 타국의 갱도에까지 내려가서 석탄을 팠고, 소독 냄새 가득한 이국의 병실에서 간호사 노릇을 했으며, 뜨건 모래바람을 마다 않고 도로를 뚫었다. 그리고 그도 모자라 타국의 전쟁터에까지 달려가서 피를 흘렸다. 

그런 그들 앞에 세월은 매정하게도 늙음을 안겨주었다. 여기에다 우리 사회 환경도 급변하여 노년세대들은 모든 면에서 뒤쳐지고 소외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자식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이 쓸쓸하고 외로운 노년세대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무슨 거창한 대책을 입에 올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작은 관심만으로도 노년세대들의 외로움을 어느 정도는 덜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테면 동화 속의 영훈이가 담 너머로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낸 행위 같은 것이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관심처럼 따뜻한 보살핌도 없다. 가까이에 누군가 자기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쓸쓸한 노년, 외롭지 않게_1
사진/김우영

'풀들이 바람 속에서/넘어지지 않는 것은/서로가 서로의 손을/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쓰러질 만하면/곁의 풀이 곁의 풀을/넘어질 만하면/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잡아주고 일으켜주기 때문이다//이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이것이다/우리가 사는 것도/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졸시 <바람 부는 날의 풀>

그렇다.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따뜻한' 손을 가졌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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