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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가을밤은 야조(夜操)와 함께
최형국/역사학 박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상임연출
2015-09-13 10:08:31최종 업데이트 : 2015-09-13 10:08:31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해마다 이맘때면 수원 화성에서는 가을밤을 밝히는 축제가 펼쳐진다. 이름하여 조선시대 야간군사 훈련 '야조(夜操)'가 그것이다. 수원 화성 창룡문(동문)를 중심으로 동북공심돈과 연무대 일원에서 펼쳐지는 야조는 정조시대 최정예 군사들인 모인 장용영의 무사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던 시민참여형 축제의 형태로 벌써 10여년을 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올해 7월 처음으로 시립화된 화성행궁을 지키던 장용영의 무예24기 무사들이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시범단'이라는 새로운 소속으로 보다 안정감 있게 참여할 예정이다.  
 조선시대 군사훈련은 크게 성조(城操·성에서의 조련)와 수조(水操·수상의 조련)로 구분하여 훈련하였는데, 이중 성조를 낮에는 주조, 밤에는 야조라 하여 주간과 야간 모두 군사훈련을 진행하였다. 수조는 1개월 전에 수군절도사가 장계하여 품지하고 군사훈련이 진행되었으며, 성조는 훈련 10일 전에 발표 지시하여 하루 전에 조련패를 달아 훈련에 임했다. 

수원의 가을밤은 야조(夜操)와 함께_1
서장대야조도 (西將臺夜操圖). 1795년 윤2월 12일 서울의 배후 도시로서 새롭게 조성된 화성(華城)의 방어 태세를 점검하는 군사 훈련 장면이다. 장대(將臺)라는 것은 보통 성곽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방어 지휘 본부를 말한다. 당시 국왕인 정조가 갑주를 입고 직접 서장대에 올라 친위군 성격인 장용영 및 여러 군영을 동원하여 합동으로 군사훈련을 지휘하였다

이번 야조는 1795년 윤 2월 정조대왕이 화성을 행차한 지 넷째 날이 되던 12일 서장대에 친림하여 주간 및 야간 군사훈련 지휘하였던 것을 바탕으로 드라마화시켜서 10월 화성문화제 기간에 선보일 예정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와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및 병학통(兵學通) 등 다양한 조선시대 관련 문헌을 통하여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보다 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 
당시 행사를 꼼꼼하게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란 책 중에서 야간군사훈련 상황을 섬세한 그림으로 표현한 '야조도'와 '화성성역의궤'의 '연거도'를 바탕으로 수원 화성의 새로운 야간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브랜드 공연의 일환인 것이다. 

야조의 순서는 기조(군사훈련의 시작을 알림)로 시작하여 하성(성내려오기)를 끝으로 군사훈련을 마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하룻밤 내내 이어졌기 때문에 어둠에 대비하여 섶불과 오색 쌍등 그리고 신포와 화전을 이용하여 야간군사훈련이 이뤄졌다. 특히 야조의 경우는 정조대왕이 직접 서장대에서 지휘하여 수원 화성 전역에 걸쳐서 진행했기에 요즘으로 치면 민관군 합동 군사훈련을 축제처럼 진행할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수원 화성은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상당부분 파괴되었지만, 전통 복원에 대한 수원시민들의 강력한 의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빠르게 제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제 그곳에 무형의 문화유산인 '야조'가 시민참여형 축제로 발전한다면 화성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와 함께 숨쉬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조그마한 바람이지만, 야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원 화성과 맞닿아 있는 장안공원이나 화서공원과 같은 공간은 당시 군사무예의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조각공원이나 역사공원으로 재디자인 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수원은 화성이라는 성곽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도시로 인식되고 있기에 그 성곽에 걸맞는 문화콘텐츠들이 채워진다면 수원 화성은 더욱 강력한 문화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수원 화성을 지키고자 했던 정조의 마음, 실제로 갑옷과 전투마를 타고 그곳을 사수했던 장용영의 무사들, 그리고 그들이 익혔던 무예24기가 작은 이야기와 함께 화성의 공원에서 펼쳐진다면 수원의 역사문화는 한층 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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