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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 아래서 친일(親日)을 생각하다
최정용/시인·에코마린뉴스 대표기자
2015-09-20 15:29:50최종 업데이트 : 2015-09-20 15:29:5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 추석(秋夕)을 앞두고 보름달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맛깔스런 음식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의 이야기를 쓰고도 싶었다. 그러나 붓은, 또 마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근 불거진 국정 교과서와 친일(親日)문제 때문으로 치부하자. 

다시 들춘 근대사는 이런 암울함을 적고 있다.
105년 전인 1910년 8월 16일. 이완용과 조중응은 통감 데라우치를 방문한다. 명분은 일본 호우피해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완용의 속내는 이중삼중이었다. 이미 자신의 비서인 이인직을 통감부 외사국장인 고마쓰에게 보내 매국 협상을 벌이고 그것도 모자라 "병합 조건이 의외로 관대해 실행이 곤란하지 않겠다"며 "단 너무 오래 끌면 여러 가지 장애가 생길지 모르니 가급적 빨리 실행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말을 전한 상태였다.
이는 매국의 라이벌인 일진회에게 공을 빼앗길까 조바심이 난 때문으로 역사학자들은 풀이한다. 거기에다 조중응과 같이 간 것은 일진회의 허를 찌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자신의 비서, 이인직의 일본 정치학교 동창이자 농무대신인 그를 대동하고 데라우치를 방문한 것은 소론인 조중응을 끌어들여 집권 노론이 주도하는 합방공작을 야당인 소론 일부에게 떠넘길 공작이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노론의 공작 유전자는 대단하다.

이날 데라우치의 대변인 격은 고마쓰는 이들의 만남을 가볍게 흘리면서 넘긴다. "일·한 병합의 피할 수 없는 사정과 장래의 처분안에 대해 간단히 말하고 그 뜻을 필기한 각서를 건넸다"면서.
합방 후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장 받은 두 사람은 30분 만에 유유히 통감 저택을 나왔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뻗치기 하던 내외 언론들도 '설마 30분만에 500년 종사를 팔 수 있겠는가'라는 마음에 단순한 방문으로 생각했다니,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유전자다.

한가위 보름달 아래서 친일(親日)을 생각하다_1
지난 8월15일 열린 독립운동가 필동 임면수 선생 동상 제막식

게다가 한 술 더 떠 이완용 등은 조선 황제의 칭호를 국왕과 고작 사이인 대공(大公)으로 하자고 건의했다니 이 또한 얼마나 과감한 발상인가. 오히려 일본 측이 놀랐겠다. "그냥 국왕으로 하자"고 했다니. 노론의 배포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두 대신이 데라우치를 만난지 6일 후인 8월 22일 소위 말하는 '한일합방조약'이 조인된다. 당연히 불법조약이겠다.
이어 1910년 10월 12일 '조선총독부관보' 등은 조선총독부가 매국 친일파 76명에게 공·후·백·자·남작 작위를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이 분들 대단히 좋으셨겠다. 가문의 영광이라 여겼을 것이다.
물론 이완용과 데라우치의 각서를 토대로 만든 '한일합병조약문'이라는 쓰레기 같은 종이에 근거한 것이다.

이들을 분석하면 묘한 두가지 흐름이 있다고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장은 주장한다.
그 하나는 왕실 인사들이다. 가장 고위직으로 책봉된 후작에는 이완용을 제외하면 이재완·이재각·이해창·이해승 등이 그렇다. 윤택영은 순종비 윤씨의 친정아버지고 박영효는 철종의 사위다.
또 하나는 '집권 노론 일색'이라는 것. 76명 가운데 소속 당파를 알 수 있는 64명을 분석하면 남인은 없고 북인 2명, 소론 6명을 제외한 나머지 56명이 모두 노론이다.

송상도의 '기려수필'은 조선총독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작위를 거부한 노론 인사들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들도 남작에 봉해졌다. 조정구, 민영달, 한규설 등이 그들이다. 집권당이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선, 세계사적으로 희귀한 사례라는 것이 이 소장의 탄식이다. 당시에 '가문의 영광(?)'이라고 감읍(感泣)했을 후작에서 자작까지 31명의 명단을 소개한다.
 
한가위 휘엉청 밝은 달 아래 대대손손 번창하시라, 부디.
▲후작=이재완(대원군 조카) 이재각(왕족) 이해창(왕족) 이해승(왕족) 윤택영(순종 장인, 노론) 박영효(철종 사위, 노론) 이완용(李完用, 노론)
▲백작=이지용(노론) 민영린(순종비 민씨 오빠, 노론) 송병준(자칭 노론) 고희경(중인)
▲자작=이완용(李完鎔, 노론) 이기용(노론) 박제순(노론) 조중응(소론) 민병석(노론) 권중현 이하영 이근택(노론) 이용식(노론, 3·1운동 가담 작위 박탈) 김윤식(노론, 3·1운동 가담 작위 박탈) 임선준(노론) 이재곤(노론) 윤덕영(노론, 순종 처숙부) 조민희(노론) 이병무(무과출신) 이근명(노론) 민영규(노론) 민영소(노론) 민영휘(노론) 김성근(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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