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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잡초 나부랭이라고요?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3-10-26 09:19:56최종 업데이트 : 2013-10-26 09:19:56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인류 역사상 적과의 전쟁기간은 다양하다. 짧게는 중동의 6일 전쟁이 있는가 하면 길게는 유럽의 30년 종교전쟁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이 있다. 허나 이보다 더 긴 인류의 전쟁역사가 있다. 바로 잡초와의 전쟁, 즉 김매기이다. 오늘날 대부분 잡초는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한 기원전 1먼년경부터 출현했다고 알려졌다. 

초기 원시적 형태의 잡초제거 방법이 기원전 1천년경에는 축력에 의하여, 1920년대에는 기계적 방법이, 1947년경부터는 대량 살초(殺草)무기인 제초제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56년에는 미국잡초학회가, 1976년에는 국제잡초학회가 결성되었으며 우리나라는 1981년에 한국잡초학회가 창설되어 잡초에 대항한 공식적인 방위군까지 편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잡초와의 전쟁은 그 양상이 달라져 잡초에 대한 무차별 폭격에서 환경친화형 방제기술 개발로 바꿔지고 있다. 잡초 허용한계를 감안한 저농도 제초제 개발, 생물농약, 또는 재배기술 개발 나아가 종합잡초관리체계가 바람직하게 거론되고 있다. 친환경 농업에서는 잡초를 경쟁상대로 삼아 일정비율 방치하는가 하면, 자연경관을 유지하는 관상용으로도 활용한다. 

잡초발생은 농업인에게는 관리 소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잡초가 없으면 논둑은 무너진다. 당연히 잡초발생은 토양유실을 막으려는 자연생태계의 자기보전 기능이기도 하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에 맹상군이라는 군자가 있었다. 그는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식객을 보살펴 주위의 덕망이 자자하였다. 이에 위기를 느낀 진나라 소왕은 초청한 맹상군을 죽이려 하였다. 이때 식객으로 받아들였던 도둑과 닭울음소리를 잘 내는 천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진나라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미천한 사람의 기술도 관리하기에 따라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늪지나 논에 발생하는 택사는 잡초이지만 신장염에 유용한 약초로 대량 재배한다. 밭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명아주는 어린 잎 식용은 물론 식체와 두드러기에, 쇠비름은 무좀치료에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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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명아주로 만든 효도지팡이는 가볍고 은은하여 지방 특산물로 인기가 높다. 들판에 흔한 억새풀은 차세대 바이오에너지 작물로 각광을 받기도 한다. 녹색성장의 동력인 셈이다. 

경기도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다년생 논 잡초 올방개는 지난 5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45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씀바귀·고들빼기 등 25종과 함께 국제식품분류에 새롭게 등재됐다. 올방개 지하구경(球莖)으로 만든 올방개묵은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황달 치료, 해열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잔디를 가꾸는 사람들이 악착같이 솎아내는 민들레는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영양분을 끌어올려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는 식물이다. 따라서 민들레는 잔디밭 주인에게 땅의 생명력 유무를 경고해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한 잔디밭에 토끼풀은 흉악한 잡초이지만 토끼풀 초지(草地)에는 잔디뿌리가 흉악한 잡초가 된다. 생각해보면 절대 잡초는 없다. 

잡초를 잡초로 취급해 버리는 일은 오직 인간의 주관적 이기주의일 뿐이다. 하찮은 잡초가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요즈음 연일 쏟아내는 마구잡이 제로섬(zero-sum), 흑백논리 정치현실도, 서로를 경쟁상대로 삼아 생산적인 환경친화형 관계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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