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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없는 인생은 앙꼬 없는 빵이다
윤수천/동화작가
2014-02-17 10:00:26최종 업데이트 : 2014-02-17 10:00:26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장편소설 '나목'은 박완서의 출세작이자 한국문학의 자산이다. 동족상잔의 비극 6.25를 배경으로, 한 가족사를 집요하게 드러내 보인 이 소설은 특히 화가 박수근을 모델로 했다는 점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박수근은 미군부대에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생계를 꾸려가는 가난한 화가였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오늘날 경매장에서 최고의 값을 받는다. 곤궁한 삶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작품에 열정을 쏟은 예술혼 덕분이다. 특히 그는 회백색을 주로 쓰면서 단조로우나 한국적인 주제를 소박하면서도 서민적 감각으로 다뤄 가장 '한국적인' 화가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는 '빨래터' '나무와 두 여인' '노상' '귀로' 등을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황소 그림으로 유명한 이중섭 역시 박수근에 못지않게 전쟁과 가난 속에서 예술을 꽃피운 화가다. 얼마 전에 나는 이 화가의 전기를 어린이책으로 쓰면서 새삼 그의 생애를 더듬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나는 다시 한 번 그의 예술에 대한 불굴의 투혼 앞에 경건한 예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가난이 극에 달해 종이조차 구할 수 없게 되자 그는 은박지에다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소' '길 떠나는 가족' '봄의 아이들'이 그 때 그린 작품들이다.  그것도 제대로 먹지 못한 기아 상태에서 말이다.

고난을 이야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문인도 많다. '동백꽃' '봄봄'의 작가 김유정은 방황과 실연, 병고와 궁핍 속에서도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죽는 순간까지도 펜을 놓지 않았다. 특히 김유정 작가는 풍부한 토속어와 해학으로 민중들의 삶을 잘 그려낸 한국문학의 보배였다. 

그런가 하면 '귀천' '새'로 널리 알려진 천상병은 막걸리를 밥으로 먹은 시인이었다. 그는 '...남들은 막걸리를 술로 마시지만/난 밥으로 먹는다' 는 유명한 시를 남기기도 하였다. 술을 좋아한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밥을 해결할 능력이 없어서였다는 것이 제대로 된 답이 아니었을까? 그러면서도 그는 가난한 생활에 만족하였고 행복해 했다.. 그의 시들은 바로 그 속에서 봄날의 씨앗들처럼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던 것이다. 

고난의 작가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머나먼 쏭바강'의 작가 박영한 역시 가난을 베개 삼아 베트남 전쟁의 참혹상을 작품화한 작가였다.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족을 굶기지 않으려고 오로지 원고지를 삶의 무기로 삼은 작가였다. 그가 남긴 일기를 보면 어려운 삶 속에서도 작가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애처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어찌 작가나 예술가들에게만 고난이 있었던가. 얼마 전 수원의 한 호텔에서 미수연을 가진 지송 우봉제 선생 역시 고난을 극복한 인물로 본보기가 될 만한 분이다. 선생은 해방 직후 22세란 약관의 나이로 혈혈단신 월남하여 국학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뒤 94년부터 수원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이래 경기도상공회의소 연합회장,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장, 수원사랑 장학재단이사장 등 경제, 문화, 적십자, 장학사업 등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의 이런 성공담이 더욱 돋보이는 데에는 그가 겪어낸 고난의 승전고 덕분이리라. 청소년 티를 가까스로 벗은 22세란 나이로, 그것도 홀로 휴전선을 넘어와 그는 안 해 본 직업이 없었다. 다리 밑 생활에서부터 노동자, 남의 가게 종업원 등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밑바닥 인생을 헤쳐 온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선생은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초지일관 자신의 꿈을 안고 이를 견디며 성실과 인내로 성공의 길을 걸어 마침내 지역사회의 일꾼으로 우뚝 섰다. 

고난 없는 인생은 앙꼬 없는 빵이다_1
복수초, 엄혹한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눈속에서도 꽃잎을 피워낸다/팔달산에서 이용창 사진

인생에 있어 고난은 '디딤돌' 같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치고 고난과 역경 없는 삶은 없는 것이다. 이는 그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진리 같은 것이리라. 앙꼬 없는 빵이라고 할까? 그래서 나온 말이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해라'일 것이다. 
고생을 사서라도 하라니, 그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얘기냐고 할 사람도 있겠다.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요즘의 젊은 세대라면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할 만하다. 나는 그런 젊은이들에게 인생살이에서 고난은 돈을 지불하고도 남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인생의 진정한 삶의 기쁨과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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