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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1:18 스케일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3-07-07 13:30:45최종 업데이트 : 2013-07-07 13:30:45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지난 해 연말 서울시 보도블록 설치공사가 한창일 때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려는 겨울철 부실공사라고 호통을 친다. 
게다가 하수도 공사다, 전화선 공사다 하면서 관련부처 협조 없이 같은 지역을 파고 묻고 파고 묻고, 시민의 불평을 사기도 한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겨울철 보도블록 공사를 금지하고 공사횟수를 30%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 국토의 약 10%인 경기도 지역만한 면적을 연례행사로 한 번 이상 갈아엎고 다시 뭉개고 찍어대는 일을 하고 있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것도 완전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우리나라 논 면적 약 96만 정보를 해마다 계획적으로 갈아엎고 뭉개고 사방 평균 한 뼘 정도의 간격으로 찍어댄다. 이는 바로 일 년 농사 연례행사인 모내기 작업이다. 

우리나라 모내기 기록은 고려 공민왕 11년(1362년) 수차를 도입한 시기이나 그 이전부터 농정에 참고한 6세기의 중국 농서 '제민요술'에도 모내기 방법이 풀이되고 있어, 시작은 이보다 빠른 2세기 이후로 추정된다. 
모내기는 이모작 재배나 제초효과 때문에 조선시대에 들어와 널리 행해졌으나 한때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금지한 적도 있었다. 

모내기는 7~8일된 어린모에서부터 30일 정도 기른 모를 3~4개씩 한데 모아 1주(株)를 만들어 가로×세로=30×12cm 정도 간격으로 1주씩 심는다. 그러니까 1평엔 약 91주를 심고, 1정보엔 27만 3천주, 논 면적 96만 정보엔 2천621억 주, 즉 2천621억 번 땅을 찍어댄다. 1초에 한 번씩 찍는다 해도 약 10만 명이 한 달 동안 할 일이다. 

물론 밭 74만 정보의 파종작업을 합하면 이보다 더하다. 예전에는 일일이 손으로 하였지만 지금은 기계를 이용하여 찍어댄다. 아예 못자리와 모내기를 생략하고 직접 논에 볍씨를 뿌리기도 한다. 

국토의 약 10%되는 논을 왜 갈아대고 찍어대고 하나? 편성된 예산이 남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전시행정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생활에 불편하다고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내기가 제때에 끝나기를 기대한다. 시작이 반이라든지, 못자리 농사 반농사라고 하는 것도 모내기 때에 이미 벼의 일생 중 절반이 분화(分化)되기 때문이다. 

정조(1799.5.29)는 모내기철에 비가 내리자 "가물다가 비가 왔다. 그런데 비가 내린 뒤 조바심은 오히려 비가 내리기 전보다 더하다. 생각건대 모내기를 다음 달 상순 경 까지 할 수 있다면 풍년든 들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성들은 궁핍하여 때를 놓치기 쉬울 것이니 수령들은 직접 들판에 나가 모자라는 것은 보태주어 임금을 대신하여 한 지역을 맡아 다스리는 책임을 저버리지 말라"라고 하였다. 

과거 임금은 그해 풍흉을 가늠하기 위하여 창덕궁 후원 청의정에 직접 모내기를 하고 가을이면 수확한 볏짚을 이용하여 청의정 지붕을 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풍년을 기원하는 청의정 모내기 행사는 시민대표들에 의해 해마다 열리고 있다. 

농업은 1:18 스케일 _1
청의정 모내기 행사

작년도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냉해로 생산량이 급감한 1980년 이후 가장 적었다. 곡물자급도가 26% 내외인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주곡인 쌀 자급마저 불안하다. 모내기가 한창이다. 무심하기 쉬운 농업인의 노고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껴보자. 왜냐? 모내기 작업은 우리나라 인구의 5.6%인 농업인 한 사람이 국민 열여덟 사람을 먹이기 위한 주곡자급 전선 전초전이기에. 

중부지역 지대별 적정 모내기 시기

지 대

조생종

중생종

중만생종

중북부 평야지

중부 평야지

중간지

중산간지

해안지

6. 4~6.10

6. 9~6.14

5.21~5.27

5.19~5.25

6. 2~6. 8

5.18~5.24

5.27~6. 2

5. 8~5.14

5. 8~5.14

5.20~5.26

5.15~5.21

5.15~5.21

-

-

5.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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