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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계동에 사는 K형에게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4-08-04 08:32:24최종 업데이트 : 2014-08-04 08:32:2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K형! 문득 흥부 네 형편이 떠올라 이렇게 두서없이 적어 봅니다. 흥부 네는 먹을 양식과 입을 옷이 없어 서른 명이나 되는 자식들은 방 하나에서 구멍 난 멍석을 덮어쓰고 머리만 내놓고 있었던 내용이 기억됩니다. 

그러다가 한 녀석 한 녀석 지껄이는 소리가 '열구자탕에 국수 말아먹으면', '벙거지를 먹으면', '개장국에 흰밥 조금 먹으면', '대추 찰떡 먹으면', 이렇게 흥부자식들이 하는 소리는 한결같이 먹는 타령이었습니다. 물론 열구자탕은 여러 가지 고기, 채소 등을 넣고 끓인 탕 음식이고 벙거지는 벙거지처럼 펑퍼짐한 절편 떡이니, 이들이 먹고 싶은 것은 흰밥만이 아니라 국수, 절편, 대추 찰떡 등 별미거리까지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계동에 사는 K형에게_2
인계동에 사는 K형에게_2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도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사상 최저수준인 45.3%이고, 사료용까지 포함한 식량자급률은 1990년 43.1%에서 2012년 23.6%, 지난해는 23.1%까지 떨어졌습니다. 특히 100%를 웃돌던 쌀 자급률은 2011년 83.3%, 2012년 86.1%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이 기간 배추·무 등 주요 채소류 재배면적이 줄고 생산량이 뚝 떨어졌습니다. 

또한 밀, 옥수수, 콩 자급률은 각각 0.6%. 1.0%, 9.8%에 불과하여 이들 모두 연간 1,500만 톤이나 수입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수입되는 콩, 옥수수는 대부분 GM작물입니다. OECD 주요국들의 식량자급률은 2010년 기준으로 호주 176%, 프랑스 164%, 미국 150%, 캐나다 143%, 체코 133, 폴란드 99%, 영국 92%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23.1%는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식량자급률 향상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값싼 수입 농산물을 이용하면 될 것 아니냐하는 위정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에 의존한 농산물 수급은 국내 생산기반을 약화시켜 만성적인 수급불안과 수입의존도 심화라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더구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농산물에 소비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국내생산이 줄어 국내 농산물 가격이 비싸짐에 따라 이래저래 소비자의 불만이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작년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67.2㎏을 소비하였으니 지난 '70년 136.4㎏을 소비한 것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식생활 소비 패턴이 바뀌어서 그렇습니다. 이 기간 무, 배추 등 채소류 소비량은 187.6㎏으로 3.7배, 쇠고기는 9.7㎏으로 8배가 늘어났더군요. 우유는 13배, 과실류는 2.9배 늘어났습니다. 이른바 선진국형 소비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간식을 포함하여 하루 세끼 먹는데 소비하는 시간이 1시간 33분에 불과합니다. 요즘처럼 세월이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이 정도의 시간도 긴 것으로 느껴집니다. 한 손에 햄버거, 또 한 손엔 스마트폰으로 생활하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우리들의 문화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음식문화가 서구화 되어간다고 힘주어 탓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K형! 지난 5년간 우리나라 농지전용현황을 보면 약 10만ha 이상의 농지가 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경기지역 논 면적 9만ha 보다 넓은 면적입니다. 우리는 농업 생산기반을 강화하는 일이 식량안보의 첫걸음이라는 인식부터 다져야 합니다. 매년 줄어가는 쌀 소비량마저 자급률을 채울 수 없는 현실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내버려두더라도 생명산업인 농업을 유지하도록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더구나 정부에서는 금년 말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끝나는 점을 들어 쌀 수입개방을 허용한다고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 것 어느 한 가지만을 고집해서도 안 되겠지만, 흥부네 아이들 마음처럼 우리네 곳간도 우리가 생산한 우리 먹을거리가 풍성한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K형! 정말 두서없이 지껄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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