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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한 잔 더 들고 가게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4-08-31 14:08:19최종 업데이트 : 2014-08-31 14:08:19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서기 627년 당나라 현장은 홀로 둔황 옥문관을 지나 고비사막에 진입했으나 가죽자루 물통을 쏟은 탓에 심한 갈증으로 고비사막에 쓰러졌다. 다행히 늙은 말이 그를 싣고 한 지역에 도착하여 소생할 수 있었다. 그곳이 하미(哈密)이다. 둔황(敦煌)에서 하미까지는 고비사막을 7시간 달려야 한다. 

둔황 명소 밍사산(鳴沙山)은 모래가 우는 소리를 낸다하여 붙어진 이름이다. 돋보기로 모래를 들여다보면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는데 이곳에서 공기가 진동하여 소리가 난다.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모래산 명사산은 천년동안 물이 마르지 않았다는 월아천이 있어 더욱 유명하다. 쿤룬산맥의 눈 녹은 물이 지하로 흘러 저지대인 이곳에서 솟아나기 때문이다. 

인근 명사산 기슭의 세계문화유산 모가오쿠(莫高窟)는 운강, 용문석굴과 더불어 중국 3대 석굴의 하나이다. 크고 작은 1천여개의 석굴사원인 막고굴은 불상, 벽화가 있는 동굴이 492개소에 달한다. 불상은 4세기부터 13세기에 이르는 1천여 년간 제작되었다. 그러나 이곳 보물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등이 강탈하였다. 그들은 불상, 서적과 벽화가 그려진 벽까지도 잘라갔다. 그리고 중국 문화혁명 때 다시 파괴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오타니 탐험대가 1902~1914년 둔황, 호탄, 투루판 등 서역지방에서 빼낸 문물 중 일부는 조선총독부에 기증, 광복 후 중앙박물관 소장품으로 우리나라에 1천700여 점 남아있다. 

석굴 개방은 25개 정도인데 기간을 정해가면서 6~10개 개방한다. 제96호 석굴 안에는 측천무후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미륵불상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세계최대의 아프간 석불이 파괴되어 지금은 최고가 된 35m 높이의 불상이다. 제130호 석굴에는 26m 높이의 석가모니 불상과 비천상이 있고 제148호 석굴에는 16m의 석가모니 와불(臥佛)이 있다. 그밖에 제259호 석굴에는 동양의 모나리자 미소라고 불리는 좌불 형태의 미륵보살이 있다.  

막고굴 관리인 왕원록은 1900년 5월 26일 제16호 벽이 갈라진 틈에 또 다른 동굴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곳이 장경동(藏經洞)이라 불리는 제17호 석굴이다. 당시 석굴에는 벽화 3천여 장, 고서 5만 4천여 권이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영국인 스타인, 프랑스인 펠리오가 빼돌렸다. 이곳에 있던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도 펠리오가 가져가 지금은 프랑스에 있다. 

둔황학 창시자 천인커(陳寅恪)는 막고굴에 대해 "둔황은 중국 상심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이제 중국학자들은 둔황을 연구하기 위해 비싼 값을 치르고 외국에서 문헌 필름을 사와야 한다. 역사적 불교 성지를 내버려 둔 위정자의 무지, 이를 이용 각종 자료를 강탈해간 서구인. '중국인의 분노를 들끓게 하는' 막고굴의 비극이다. 

서역으로 가는 관문인 둔황 서쪽 양관은 기원전 114년 한 무제가 건설한 세관으로 최근 성곽과 망루 등을 복원하고 양관전시관을 설치하였다. 전시관에는 서역으로 시집간 중국공주가 누에종자를 머리장식에, 뽕나무종자는 과일바구니에 넣어 우전(于闐)국에 전파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 있다. 
전시관을 벗어나면 모래언덕 위에 한나라 시대 유일한 실크로드 유적인 봉수대가 눈에 들어온다. 근처에는 왼손에 술잔을 높이 들고 오른손으로는 떠나가는 벗을 가리키며 아쉬운 듯 이별주를 권하고 있는 당나라 시인 왕유의 거대한 조상(彫像)과 이별시 비석이 있다.  

이보게, 한 잔 더 들고 가게 _1
이보게, 한 잔 더 들고 가게 _1

이보게! 떠나기 전 한 잔 더 들고 가게(勸君更盡一杯酒)
양관을 벗어나면 누가 있겠나?(西出陽關無故人)

"벗 원이를 안서 땅으로 보내며"(送元二使安西). 북송 때 악부시집에 수록된 이별시의 백미이다. 양관을 떠나 멀리 서역으로 향하는 원씨 댁 둘째 아들. 한 잔의 술이라도 더 권하려하는 아쉬운 심정이지만, 정작 나그네는 1천200여 년 전 벗의 마음도 모른 체 양관을 떠나 하미로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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