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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야, 반갑다
윤수천/동화작가
2014-09-14 14:19:03최종 업데이트 : 2014-09-14 14:19:0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요즘처럼 한국영화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때도 별로 없지 않나 싶다. 가히 한국영화의 전성기라 할 만하다. 일단 개봉을 했다 하면 5백만 관객은 예사고 1천만을 넘는 영화도 여러 편이나 나왔다. 참으로 대견하고 뿌듯한 얘기라서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박수를 보낸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책 못지않게 영화를 좋아했다. 극장에 새 영화가 들어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봐야만 직성이 풀렸다. 오죽 영화를 좋아했으면 '미성년자 관람불가' 란 경고문이 붙은 영화를 보러 갔다가 훈육주임한테 다 걸렸을까. 

얘기를 하자면 이렇다. 매표소에 입장료를 집어넣고 막 관람권을 받으려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사정없이 움켜쥐는 손이 있어 돌아다보니 호랑이로 소문난 훈육주임이었다. 난 꼼짝없이 걸리고 만 것이었다. 그것도 현장범이었다. 한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줄이야! 

훈육주임은 나의 등을 떼밀면서 말했다. "야 인마, 한쪽 구석에 가서 얌전히 보다가 영화 끝나기 전에 빨리 집에 가!" 나는 영화를 보면서도 왜 훈육주임이 나를 봐 줬는가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고 교무실로 찾아가 여쭤볼 수도 없어서 그 일은 나와 훈육주임만 아는 비밀이 되었던 것이다. 

졸업 후 우연히 훈육주임을 만났을 때 그날의 특별 배려를 여쭙자, 훈육주임은 껄껄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문학할 녀석이라서 특별히 봐준 거야." 나는 문학의 덕을 그때부터 톡톡히 보았던 셈이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우리 집 아이들한테도 영화를 많이 보여주었다. 그것도 꼭 첫 회 관람을 고집했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관람해야 영화의 진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속셈에서였다. 지금도 자식들은 그때 보여준 영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면서 다른 집 아이들보다 영화를 많이 본 것을 은근히 자랑으로 여기는 것 같다. 

나는 요즘도 영화관에 자주 간다. 그런데 영화관에 갈 적마다 느끼는 것은 관람객의 거의가 20대라는 것. 나같이 나이 먹은 노인네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니 40대 이상의 중장년층도 눈에 띄지 않는다. 도대체 그 많은 거리의 중장년층과 어르신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한 번은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영화관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 나이에 어떻게 그런 곳에 가느냐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나이 먹은 사람은 영화관 같은 곳은 아예 못 가는 곳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얘기를 꺼낸 당사자가 민망할 수밖에.

한국영화야, 반갑다_1
사진/김소라 시민기자

오래 전에 프랑스 특파원이 전하던 텔레비전 뉴스가 생각난다. 비가 오는 날인데 유치원 꼬마들이 우산을 쓴 채 미술관 앞에 줄을 서 있는 장면이 나왔다. 그러고는 곧 이어 특파원의 말이 흘러나왔다. "이곳 프랑스에서는 어릴 적부터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교육을 이렇게 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곧 이 나라 교육입니다."

나는 처음엔 의아한 나머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미술관에는 유치원생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세계의 이름난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음 순간,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고 말았다. 어릴 적에 미술관에 간 경험을 가진 아이는 이다음에도 미술관을 찾는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반면에 미술관을 한 번도 가지 않은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미술관에 가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마치 어릴 적에 청국장 맛을 경험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차이 같은 것이리라.

영화는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는 고마운 벗이자 스승이다. 값도 비싸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까이 할 수 있어 더더욱 좋다. 세상에 이만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 재미와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게 어디 흔한가? 여기에다 영화에서 얻는 상상력도 적지 않다. 
나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독서 다음으로 영화 관람을 권하고 싶다. 젊은 날에 경험한 영화의 재미와 감동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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