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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만세!
윤수천/동화작가
2013-06-23 10:31:24최종 업데이트 : 2013-06-23 10:31:2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글을 쓰다 보니 작가가 되겠다며 개인지도를 부탁하는 이들이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온다. 주로 동화작가가 되겠다는 사람들이다. 서른을 갓 넘긴 주부에서부터 일흔을 바라보는 어르신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대학을 다니는 여학생들도 동화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아마추어 만세!_1
매주 목요일 수원중앙도서관에서 윤수천 작가의 강의 '행복한 글쓰기'를 수강하는 이들이 윤작가의 동화 '꺼벙이 억수' 원화 전시회에서 작가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왜 시인이나 소설가가 아닌 동화작가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그 또한 답변들이 재미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갑자기 아이들의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거나, 어릴 적에 겪은 자신의 이야기를 그냥 묻어 두기가 아깝다거나, 자라는 손자 손녀들에게 삶의 교훈이 될 이야기를 꼭 남기고 싶다는 등등. 그런가 하면 솔직히 자기 고백을 하는 이도 있다. 학창시절의 꿈이 글을 쓰는 작가였는데 시나 소설은 어려울 것 같아서 동화나 써보고 싶다는 이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개인지도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에 하나다.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사람은 그냥 둬도 언젠가는 스스로 작가가 되기 때문이다. 굳이 '지도' 니, '학습' 이니 하는 행위를 통해 부추기거나 거들지 않더라도 될 만한 '그릇'은 언젠가는 제 용도를 찾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개인지도란 게 오히려 작가를 옭아매거나 틀 속에 가둬둘 수도 있다는 것. 여기에 자기가 가르친 수강생을 작가로 등단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추천의 과정에서 파생되는 잡음 또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요즘엔 작가되기가 옛날보다는 훨씬 쉬워졌다. 그만큼 어설픈 문예지들이 많이 생겨났고 이를 유지하려다 보니 실력이 안 되는 이들을 신인문학상이란 이름으로 대량 생산해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이렇게 문단에 나온 작가들이 작품에 열정을 쏟기보다는 쓸 데 없는 데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는 일은 부끄럽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다.  

프로는 프로다울 때 비로소 프로로서의 아름다움을 지닌다. 그렇지 않고 겉으로만 프로의 행세를 한다면 이는 보기에도 좋지 않고 프로의 명예도 떨어뜨린다. 어설픈 프로보다는 제대로 된 아마추어가 훨씬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찌 문학의 세계만 그렇겠는가. 미술, 음악, 영화의 세계에도 이와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있을 줄 안다. 
바둑의 예를 들어보자.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 프로로 입단이 되긴 했는데 그 뒤의 성적이 내세울 만하지 못하다면 이는 명색만 프로일 뿐이지 실제는 아마추어만도 못한 것이다. 그래서 바둑기사 가운데는 프로를 마다하고 아마추어를 고집하면서 멋진 기사 생활을 하는 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아마추어인가.

내가 아는 한 화가는 주말이면 그림을 좋아하는 아마추어 주부들을 데리고 가까운 곳에 나가 그림을 그리곤 한다. 햇수만도 어느새 20년도 더 되지 않나 싶다. 언젠가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요즘도 주말마다 그림을 그리러 나가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일주일 가운데 가장 즐거운 날이 아마추어 주부들과 같이 그림을 그리러 나가는 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림에 대한 주부들의 순수한 열정이 너무도 보기 좋아서 프로인 자신의 마음까지 행복해진다고 했다. 

"욕심을 버릴 줄 알아야 진정한 그림의 맛을 느끼게 된다는 걸 그들을 통해 깨달았지요."
 그 화가가 내게 한 말이다. 프로인 그가 오히려 아마추어들의 순수한 모습을 통해 그림의 맛을 알게 됐다는 얘기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문학이나 예술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명함이 아니라 순순한 열정임을 새삼 느꼈던 것이다. 실력도 모자라면서 어설픈 작가로 행세를 하는 프로보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무장한 아마추어 작가가 훨씬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우리 사회에도 이런 멋진 아마추어들이 많았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다. 조금은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순수하고 정직한 아마추어들이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갈 때 진정한 공동체 사회가 이룩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회야말로 우리가 소망하는 선진국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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