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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보살핌의 정치? 정조대왕께 여쭤봐!
최형국/문학박사, 수원문화재단 무예24기시범단 수석단원
2014-06-01 11:15:53최종 업데이트 : 2014-06-01 11:15:5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진정한 보살핌의 정치? 정조대왕께 여쭤봐!_1
화성행궁 옆 화령전에 모셔진 정조의 어진은 형형한 눈빛으로 오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말하는 정치는 아픈 곳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고 치료해 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권력에 눈이 멀면 사람이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그저 지배하고 억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조가 추구했던 정치의 큰 틀은 보살핌의 정치였다. 바로 백성을 보살피는 어버이와 같은 모습의 국왕을 꿈꿨던 그였다. 자신과 백성과의 관계를 부자의 관계로 간주하고 그 사이에서 농간을 부리는 탐관오리를 제거하는 것에 개혁의 방점을 찍었다. 그 보살핌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었다. 

정조가 틈만 나면 백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궁궐을 벗어나 도성 이곳저곳을 수시로 다니면서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멀리는 수원 화성에 원행길을 나섰을 때도 항상 귀를 열어 두고자 했다. 또한 국왕이 백성의 아픈 곳을 직접 물어 바로잡고자 했던 것을 국문으로 번역하여 한문을 읽지 못했던 백성들에게까지 소식을 전하고자 하였다.

그런 국왕이 있었기에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불렸던 다산 정약용의 수많은 저술들이 완성될 수 있었다. 다산은 정조의 사상을 뛰어 넘어 '백성이 정치의 주인'이라는 진일보한 생각을 거침없이 책에 담아냈다. 아마도 정조가 승하한 후 오랜 유배생활을 거치면서 보다 깊숙이 백성들의 삶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다산의 경우 모두 6남 3녀를 낳았다가 가난과 병치레로 잃어 살아남은 아이들이 2남 1녀 밖에 되지 않았을 정도로 자식 잃은 슬픔을 늘 가슴에 달고 살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래서 더욱 백성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깊게 가슴에 새겼을 것이다. 

정조와 다산이 고민했던 보살핌의 정치는 백성을 아픈 사람 돌보듯 하는 것이었다. 바로 병을 치료하듯이 오랜 시간 관심을 가지고 아픔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정성을 쏟는 행위라는 것이다. 각 고을을 책임지는 수령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백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것이다. 
일단은 무엇이 그들을 아프게 하는지 들어 봐야만 그것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면 가장 먼저 듣는 소리가,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어요?" 라는 질문이 비단 병원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머리가 아픈데 다리를 치료하는 처방을 하거나, 손가락에 피가 나서 왔는데 멀쩡한 발가락을 봉합한다면 그것은 치료가 아니라 오히려 백성의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쓸데없는 일인 것이다. 이처럼 수령들이 자신의 권력에 눈이 멀어 백성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민심과 이반하는 정책을 진행한다면 그것이 바로 탐관오리라는 것이다. 이는 예나 오늘이나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읽었던 조선시대 의학서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통즉불통(通則不痛)이요, 통즉불통(痛則不通)이라'-통하는 것은 아프지 않다는 것이요, 아프다는 것은 곧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제 몸과 소통하지 않으면 아픔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멈추기 위해서는 제 몸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 사회전체로 확대해 보면 정조나 다산이 꿈꿨던 소통이 자유로운 사회가 그려질 것이다. 

검푸른 바닷속 세월호, 슬픈 영혼들의 외침이 나지막이 울려 퍼져 온 국민이 큰 시름에 빠져 있는 오늘이다. 희생자들 중 상당수가 고등학생이었기에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귀한 자식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던 유가족들의 심정은 이루 말로 설명하지 못하리라. 

그 깊고도 깊은 고통을 함께 나누고 어루만지는 보살핌의 정치가 필요한 이때에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정치권의 입과 발걸음에 마음 한편이 더 쓰려 온다.  진정한 보살핌의 정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소통할 것인지 다시금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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