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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해!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4-10-06 10:47:57최종 업데이트 : 2014-10-06 10:47:5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어느 날, 집 근처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끝내고 대기실로 나오자 20대 초반의 여 간호사가 대기실 바닥에 놓인 옹기 어항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순간 한가한 시간이라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쉽게 생각했지만 어째 수초사이를 오가는 금붕어를 살피며 중얼중얼 대는 모양새가 이상하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금붕어와 대화를 하는 것이란다. 금붕어에게 말을 건네면 훨씬 잘 놀고 잘 자란다고 한다.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오래 전 광교산 산행 길. 산 입구 식당 앞 전봇대에 묶여있는 말티즈 강아지가 있었다. 
잠시 말을 붙이니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하얀 털은 시커멓고 얼굴은 꾀죄죄하였지만 약간은 교감이 오간 느낌이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다시 한번 말을 건네니 갸우뚱 갸우뚱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아직 우리말이 서툴렀던가 보다.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나오더니 내 버려진 개(이런 말은 강아지에게도 조심스럽다)이니 데려가도 좋다고 한다. 안고 와 아파트에서 같이 생활한 지 벌써 10년이 다된다. 지금은 대화가 잘 되어 짖는 소리만 들어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물질이 풍요로워지면 인간은 순수한 동물과 접함으로서 상실되어가는 인간성을 되찾으려 한다. 그 대상이 되는 동물이 애완동물이다. 특히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은 1983년 국제심포지엄에서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 반려동물로 개칭하였다. 금붕어와의 대화, 강아지와의 대화. 이는 동물에 대한 관심이다. 

식물과의 대화도 가능하다. 수분·양분은 적당한지? 베란다가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지? 화분 크기는 어떤지? 등 대상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다. 식물과의 대화는 보살핌이다. 

아기의 울음소리도 배고픈 건지, 아픈 것인지 등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항상 곁에서 보살피는 아기 엄마는 아기와 대화가 가능하다. 이는 관심과 보살핌을 뛰어넘은 사랑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화 상대는 말동무다. 이때의 말동무는 좋은 친구와도 통한다. 가정에서의 말동무는 반려자다. 개·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우리 부부는 유치하며 오가는 대화수준은 저급하기까지 하다. 나는 스스로 꼰대라고 대놓고 말한다. 
내년이면 칠순이라 지칭하는 말이다. 학생들의 은어이었지만 뭐 어때? 

아내는 셀프 디스라고 놀린다. 이때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시추가 무슨 말을 해' 시추? 시추는 담벼락과 충돌했는지 얼굴이 납작한 개 종류이다. 개띠 아내에게 '시주'를 많이 해서 볼이 튀어 나오니 자연스레 얼굴이 납작해 보여 하는 말이다. 용모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상대를 화나게 하는 것이지만 이제는 이골이 나서 서로 크게 웃을 따름이다. 유치한 대화도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대화는 소통과도 연결된다. 지난 6월 초 지방선거에서 어느 노회한 정치가는 억지 대화, 반복된 주장만을 구사, 결국 대화가 부족하여 유권자와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의 대화, 공자와 제가간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일방적 지시나 주장은 대화가 아니다. 

대화가 필요해!_1
대화가 필요해!_1

적과의 대화도 기본 예의이다. 조선시대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게 만들고 정조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거세게 반대했던 노론 벽파의 영수 심환지에게 비밀편지를 보내 현안을 의논하고 정책을 추진하였다. 
대화 없는 정치는 나홀로 정치, 죽은 정치이다. 현실은 다방면으로 진솔한 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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