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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주석(吳柱錫), 그의 맛있는 글이 그립다
최형국/사학박사,수원시립예술단(무예24기)상임연출
2015-06-13 09:42:05최종 업데이트 : 2015-06-13 09:42:05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옛 그림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우리 선인들의 우주관이나 인생관은 물론이고 당시 풍속이나 삶, 그 자체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옛 그림을 온전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드러난 그림 자체는 물론이요, 그 속에 담긴 철학, 문학, 역사는 물론이고 그린 사람의 정신세계까지 짚어내야만 비로소 환하게 그림이 보이기 때문이다. 

옛 그림과 이야기 하듯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얻기 위하여 공부하고 상상을 하면 그 그림은 수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그런 옛 그림과 정답게 대화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故 오주석(吳柱錫) 선생 바로 그였다. 

그가 남긴 대중서인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이나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아직까지도 옛 그림을 이해하려는 대중들의 손길이 멈추지 않는 책 중에 하나다. 또 '단원 김홍도-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화가'와 같은 책은 학문적으로도 후학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그림을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추천목록 첫 번째로 그의 책이 등장하니 명불허전이 따로 없다.

고 오주석(吳柱錫), 그의 맛있는 글이 그립다_1
故 오주석(吳柱錫)선생이 남긴 책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의 표지.; 이 책을 읽어 보면 옛 그림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아주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마치 오래 묵은 장맛처럼 그의 이야기에는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거기에 글도 시류를 타기에 시간흘러 버린 글은 철지난 유행가처럼 조금은 쇠락한 느낌이 들지만, 그가 남긴 글은 아직도 갓 지은 밥처럼 찰지다. 그의 새로운 글을 더 이상 맛볼 수 없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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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주석(吳柱錫), 그의 맛있는 글이 그립다_2
고 오주석(吳柱錫), 그의 맛있는 글이 그립다_2

그는 옛 그림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이라 하였다. 거기에 오늘의 마음이 아니라, 옛 선인들의 마음가짐으로 읽어야만 제대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처럼 사람의 마음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그 선인들이 남긴 그림이라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어려운 일을 故 오주석 선생은 오로지 옛 그림에 대한 지극한 관심을 통해서 우리에게 풀어 주었다.

그는 단순히 그림 읽기에 멈추지 않고, 당대의 문화와 오늘의 문화를 연결시키는 매개체로 옛 그림을 이해하였다. 그래서 오늘날 진실로 필요한 것이 '문화적 정체성 확립' 이라는 화두를 던져 주었다. 그의 말을 빌려보면, "문화, 그것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보람, 특히 이 땅에 사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우리인 까닭, 바로 정체성의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선인들이 다져 놓은 문화적 바탕위에 서 있는 것이며, 그것들을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나'와 '우리'를 보다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라는 문화적 절단의 시간을 거치면서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은 희미해져 버렸다. 아름답고 진실한 조선의 마음이 기억의 망각과 왜곡 속에서 우리에게 올곧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뒤엉켜 버린 기억을 故 오주석 선생은 학문에 대한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때로는 학자같은 날카로운 글로, 때로는 이웃집 아저씨같은 푸근한 입담으로, 때로는 아이같은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보다 생동감 있게 옛 그림을 되살려 주었다.

21세기는 정보의 시대다. 소위 '제3의 물결'이라고 불리는 그 흐름은 지식정보의 갈무리와 분석을 통해서 더 큰 힘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 지식정보의 바탕에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정보사회의 구현도 쉽지 않을 것이다. 
옛 그림에는 우리의 바탕이 되는 정체성이 아직도 조용히 낮잠을 자고 있다. 하도 곤하게 자고 있어서 웬만큼 흔들어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험상굳은 목소리로 때로는 속삭임으로 우리 문화의 진면목을 세상에 알리려한 그의 목소리가 너무 그립기까지 하다. 

그는 옛 그림을 너무도 사랑해서 그 그림 속에 마음을 빼앗겨 우리 곁을 너무나도 빨리 떠났는지도 모른다. 옛 그림을 사랑한 수원 사람 오주석, 그가 떠난지 벌서 10년이 지나가고 있다. 오십이라는 결코 길지 않는 삶 속에서 그가 풀어낸 이야기는 아직도 옛 그림과 함께 살아 있다. 벽화 골목으로 유명한 수원에 그의 이야기 한 폭 담아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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