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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금주령이라도 내려야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5-06-21 15:50:39최종 업데이트 : 2015-06-21 15:50:39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봄 가뭄에 대한 언급이 총 3천176회 나온다. 임금은 가뭄이 계속되면 반찬 수를 줄이고 금주령을 내렸다. 
금주기간이 6개월이나 될 때가 있었다. 현종 11년(1670), 가뭄이 극심하여 밀, 보리를 수확할 수 없게 되자 임금은 하교하였다. "반찬 수를 줄이고 술을 금지하라". 그런가 하면 순조 10년(1810)에는 보리와 밀이 풍작이 들은 것을 이유로 6개월 동안 내려졌던 금주령을 해제하여 백성들에게 제사에 술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한다. 

농업개혁의 군주 정조(1782.5.15)는 봄 가뭄에 보리가 겉마르자, 일전에 내린 비가 어느 인지, 비 내리는 양상은 어떠한지에 대하여 보고토록 지시한다.   

성서에서는 가뭄의 원인을 우상숭배, 그리고 불의와 죄를 저지름에 원인을 두며, 조선왕조에 있어서는 정사를 그르치는 왕에 내리는 하늘의 형벌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기상학적으로 우리나라의 가뭄은 북태평양 해상에 중심을 둔 해양성 열대기단과 오호츠크 해상에 중심을 둔 해양성 한대기단 또는 대륙으로부터 고기압이 남동진하여 형성되는 기압골 어느 한쪽의 기단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약하게 되면 발생한다. 

가뭄 해갈을 위한 염원 또한 처절하다. 중종 4년(1509), 신하가 이르기를 "가뭄과 홍수는 중국 요 임금도 면하지 못합니다. 가뭄에 대비하여 궁중에서 비를 빌기로 하였으니 몸소 정성을 다하여 가뭄의 재앙을 눅이소서"라고 하여 기우제를 지낸다. 비가 내렸는지 후속 기록은 없다. 오랜 가뭄은 형벌이 공정치 못한 것으로 인식하여 죄인을 석방하기도 하고 형조판서는 사임을 요청하기도 한다. 근래 1977년도 가뭄에는 기우제, 분묘 파헤치기, 부녀자의 나체행진까지 있었다. 

가뭄! 금주령이라도 내려야_1
가뭄! 금주령이라도 내려야_1

최근에 발생한 가뭄 중 1968년도 봄 가뭄은 30년에 1회 발생하는 대가뭄이었다. 이때 군복무 중이던 나도 보리밭 양동이 물 나르기 일손 돕기에 동원되었다. 1994~1996년도 가뭄은  20년에 1회 발생하는 가뭄이며, 한편 지난 30년 동안 2년 이상의 연속가뭄을 5번 겪었다. 장기적 가뭄은 식수, 공업용수의 부족 등으로 이어지지만 농작물 생산에 직접 피해를 준다. 세계는 지금 인구 60억 명 중 12억 명이 필요한 물을 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물 부족으로 8초에 한 명씩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96년, 1998년, 1999년 세 차례 연속 발생한 임진강 유역의 대홍수와 마찬가지로 가뭄 역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가뭄 등 기상재해는 단기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증발량, 토양수분 등을 모델링 하는 등 적극적인 사전 준비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 관리 등 국가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해 가뭄으로 경기도는 저수율이 낮은 파주, 연천, 가평, 양평 등 8개 시군에 가뭄 대책비 14억 원을 긴급 지원한 바 있다. 도내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이 평년 80.3%에 비하여 47.3%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다. 현재(6.14) 경기도 저수율은 35.2%로 전국 저수율 52.8%에 크게 못 미친다.  

매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하여 UN이 제정, 선포하여 기념하고 있다. 금년도 주제는 '생명을 위한 물', '물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환경이 파괴, 오염되어 먹을 수 있는 물이 점차 줄어들자 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자원을 보호하며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은 1천452㎥로 유엔이 정한 1천700㎥에 못 미치는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다. 연평균 강수량은 1천245㎜로 세계 평균 880㎜보다 40% 정도 많지만 물 이용률은 26%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지 물 부족현상, 특히 가뭄에 미리미리 대비하여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 수자원의 62%를 차지하는 농업용수는 농업생산과 식량 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수자원이다. 물 관리 시스템의 과학화를 통해 물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사회적 현안문제들에 묻혀, 가뭄, 미세먼지 발생 등 기후, 환경변화에 대해서는 평소 관심을 덜 갖는 것 같다. 그러나 명심하자. 에너지는 대체할 수 있어도 물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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