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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시인으로 거듭나다
최정용/시인·한국지역언론인클럽 사무총장
2014-10-19 11:59:58최종 업데이트 : 2014-10-19 11:59:5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道德高千秋(도덕고천추)/貞忠互萬古(정충호만고) 
도와 덕은 천추에 걸쳐 높고/곧은 절개와 충성은 만고에 빛나네.'
정조대왕의 어제시(御製詩)로 오언율시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두 구만 전한다. 

강원도 강릉시 저동에 있는 경양사(鏡陽祠)에 보관돼 있다. 경양사는 신라 공신 박제상(朴堤上)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언제부터 이 곳에 보관됐는지 알 수 없지만 경양사가 강릉박씨 종중에 의해 1900년 초에 건립됐으니 그 이후로 추정된다. 

정조대왕의 학문적 위대함의 집약본은 홍재전서(弘齋全書)다.
활자본으로 184권 100책으로 구성됐다. 1799년(정조 23) 이만수(李晩秀) 등이 편집하기 시작해 총 190편으로 정리했다. 정조 사후에 말년의 저술들을 덧붙여 심상규(沈象奎) 등이 1801년에 재편집, 1814년에 간행됐다.

앞부분에는 '춘저록(春邸錄)'이라는 표제 아래 세손으로 있을 때의 시와 편지 및 기타 형식의 글들을 모았다. 첫머리가 해(日)와 달(月)이라는 제목의 시로 시작되는 것이 상징적이다. 권5부터 시가 수록돼 있다. 어린 시절 이미 시의 세계를 알아버린 문동(文童)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조대왕의 시세계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수원에서 조용히 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연구재단과 수원시, 경기대학교 인문학연구소가 준비하고 있는 '수원 화성행궁 길에서 詩와 소통하다'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수원 화성행궁 일대를 '시(詩)의 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10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한국연구재단 인문주간을 맞아 수원문화재단 노천극장에서 이 행사를 마련한다.

화성행궁 설계자인 정조대왕의 시 정신을 계승해 수원 화성행궁 거리를 인문학이 살아 숨쉬는 시의 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게다가 도서출판 서정시학과 화성행궁일대 50여 곳의 맛촌들이 함께 연계해 '시와 삶이 함께하는 수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꾸며진다니 볼만하겠다.

시가 또 문학이 일부의 전유물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행궁일대의 음식점 사람들이 어우러져 펼치는 행사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인문학의 풍경을 어떨까, 자못 궁금하다. 하기야 행궁 주변 일대의 상인들에게는 든든한 후견인이 있으니 한마당 잔치를 벌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조대왕 흐뭇하시겠다.

정조대왕, 시인으로 거듭나다_1
행궁동 공방거리

행사내용을 훑어보자.
행사 첫날인 10월 25일에는 시인 정조대왕의 시정신을 계승하는 '시의 거리 조성식'이 열린다. 조성식에는 강은교.이근배 시인의 시낭송과 문현 국립국악원 교수의 시조창 공연이 펼쳐진다.
이어 강은교, 오세영 등 시인들의 시집 증정 및 사인회가 열리며 화성행궁 맛촌 50여 업소가 행궁 길에서 음식 축제와 함께 참석자 전원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도 '시와 정조'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 
  
또 행사기간동안 한국 대표 시인들의 시 20편을 선정, 시화로 제작해 화성행궁거리 일대에 선정된 업소 앞에서 시화전을 갖고 책자를 발간해 우수업소에 기증한다.

참여하는 문인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근배, 오세영, 유안진, 신달자, 임병호, 정수자 등 그들의 명망만으로도 행사는 빛날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시가 죽고 문학이 죽고 인문학이 실종되는 시대에 주최 측의 마음이 가을 하늘 만큼이나 높고 깊다.  
'도와 덕은 천추에 걸쳐 높고/곧은 절개와 충성은 만고에 빛나'는 수원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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