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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라는 가치
최정용 시인/한국지역언론인클럽 사무총장
2014-11-14 15:28:03최종 업데이트 : 2014-11-14 15:28:0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신문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의 기억이다.
내심 외근기자를 꿈꿨다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내근기자(편집부)로 배치돼 나름 상실감을 키우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편집부 일이 끝나는 밤 11시 이후에 동기였던 사건기자에게 연락해 같이 파출소를 돌기도 했다.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혼자만의 방식이기도 했다. 몸은 고달팠지만 마음은 편했다. 외근을 꿈꾸던 자의 작은 항명(?)이라고나 할까.

그러던 생각을 바꾸게 한 계기가 있었다. 신문이 인쇄되던 순간, 선배의 손에 이끌려 간 윤전실에서였다. 증기기관차가 출발할 때 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서서히 윤전기가 돌아가더니 급기야 고속철 소리와 함께 번지던 잉크 냄새는 가슴을 설레게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신문쟁이란 이런 것이구나, 처음 알았다. 지금도 신문의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초년 기자시절의 기억이다.

비슷한 기억을 가진 소년이 있었다. 이름은 토토.
이탈리아 시칠리아 태생이다. 전쟁 중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의 유일한 삶의 낙은 극장에 몰래 숨어 들어가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델피오 신부의 영화검열 작업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극장 '시네마 천국'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인연을 맺는다.

토토를 귀찮아하던 알프레도는 토토의 영리함과 귀여움에 점차 마음을 연다. 결국 그에게 영사기 조작법을 알려주며 정을 나눈다. 토토는 키스·누드·베드신 등 아델피오 신부의 검열로 잘려나간 필름 조각에 호기심을 느끼고 모으려고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토토는 고향을 로마로 떠나 살바토레라는 이름으로 영화감독의 꿈을 이룬다. 그러던 중 알프레도의 부음을 듣고 고향을 찾아갔다 알프레도가 자신 앞으로 남긴 선물인 필름 뭉치를 들고 로마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의 개인 극장에서 영사기를 돌린다. 
그 안에서 그는 자신이 그토록 궁금해하고 가지고 싶었던 검열된 필름 조각들을 일일이 이어붙인 작품을 보게된다.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 살바토레는 자신을 위해 준비한 알프레도의 선물에 크게 감격, 환희의 미소와 슬픔의 눈물을 동시에 표현한다.

그렇다. 너무나 유명한 영화, '시네마 천국'의 내용이다.
추억이란 이런 것이다, 미소와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묘약이다. 그래서 추억을 앗아가는 행위는 어쩌면 중범죄이겠다.

최근 수원에서 전통영화관을 지키려는 영화관 관계자와 이웃 상인들의 아우성이 있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이유는 대형 영화관 수원입점 반대였다. 대형 쇼핑몰 등에 모두 15개 영화관이 개관하면 60년 전통의 남문 메가박스는 사지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추억'이라는 가치_1
사진/하주성

그들의 외침을 단순히 밥그릇 지키기 정도로 보는 시선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들 말대로 '목숨 걸고' 지키려 하는 것은 60년 세월 속에 녹아있는 추억이 아닐까. 겨울날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상영을 기다리던 설렘과 어두움이 주는 나만의 공간에서 펼치던 상상의 나래. 토토와 같은 궁금증으로 몸서리쳤던 유년의 더뎠던 시간들.
이 모든 것을 지키려는 절박한 외침에 시민들이 함께 귀를 기울여야할, 겨울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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