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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서둔야학’에선 아직도 ‘매기의 추억’ 노랫소리 들리는 듯
언론인 김우영
2021-02-15 16:50:03최종 업데이트 : 2021-02-15 16:49:55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서둔야학에선 아직도 매기의 추억 노랫소리 들리는 듯

 

요즘 '거북이 형'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자타가 공인하는 '잰 걸음'인 내게서 뒤처지지 않고 잘 걷는다. '거북이'형은 내 고등학교 선배로써 카메라를 한시도 몸에서 놓지 않는 사진작가 이용창 씨다. 별명은 내가 지었는데 주변에서 "누가 지어줬는지 참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본인도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거북이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장수하며 복을 가져다주는 길상(吉祥)의 존재라는 것이다.

요즘은 거북이 형과 자주 걷는다. 며칠 전에는 장안문에서 만나 화서동을 거쳐 서호와 옛 농촌진흥청을 지나 탑동, 고색동까지 걸었다. 서호 제방에 있는 나무와 탑동의 오래된 향나무를 찍기 위해서다.

오래 걸었더니 출출하다. 시장기와 함께 고질병인 '막걸리 한 대포' 생각이 나서 고색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옛 푸른지대의 추억을 얘기하며 걷던 중 수원시민농장 텃밭을 지나가게 됐다.

서울대 농대 연습림이 시작되는 지점에 집 한 채가 눈에 띄었다. '저게 뭐지?'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건물 옆에 흰색 안내판이 보인다.
보수된 서둔 야학

보수된 서둔 야학
 

'서둔야학 유적지'란다. 아하... 그걸 보고나서야 2015년 내가 e수원뉴스 주간을 맡고 있을 때 시민기자를 했던 이대규 선생이 쓴 글이 기억났다.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대규 선생은 "서둔동에 가면 옛 서울대 농대 자리에 야학을 열었던 유적지가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서둔야학을 찾아 나섰다고 했다.

다음은 2015년 6월 27일자 e수원뉴스에 실린 그의 글 중 일부다.
'겨울에 폐교가 된 듯 처마 밑의 벽에는 연탄난로의 함석연통이 그대로 꽂혀있고, 떨어져 나간 방문 안으로 들어가 보니 천장이 너풀거리며 온갖 잡동사니들로 어지러웠다. 그러나 한 시절 이곳에서 젊은 그들이 가난을 딛고 배움에 목말라하며 열정을 불태웠을 것을 생각하니, 그 숨결이라도 들려올 것 만 같이 가슴이 뜨거워왔다.'

서둔야학 교실은 1965년에 건축됐다. 당시 야학 교사였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들이 닭을 사육하는 건물이 있던 부지(165㎡) 구매비용과 건축비용 등 총 25만5000원을 들여 지은 것이다. 교실 3동에서 가난한 야학생들에게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가르쳤다. 교실은 초라했지만 학생들과 젊은 대학생 교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곳에서 1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러나 1980년 당시 정권의 민주화운동 탄압에 겹쳐 예산문제로 보수공사를 하지 못해 폐교를 결정했고 1983년 잠시나마 회생의 기운이 보이는가 했지만 결국 폐쇄되고 말았다.이대규 시민기자가 찍은 2015년 서둔 야학 교실

이대규 시민기자가 찍은 2015년 서둔 야학 교실노후화로 항폐화되고 있던 서둔야학. 사진/이대규

노후화로 항폐화되고 있던 서둔야학. 사진/이대규

 

그럼에도 1990년 야학 교사들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서둔야학회가 조직돼 모임이 유지되고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다고 한다. 홈커밍데이 행사도 열리고 있다.

노후화로 인해 황폐화되던 교실 3동은 2016년 서둔야학 황건식 전 교장이 사재 2000만원을 들여 보수했다.

서둔야학 유적지 안내판은 2000년 6월에 만들었는데 당시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장은 유래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곳은 1965년부터 1983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대학과 수의과대학의 학생들이 수원 서부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야학활동을 하였던 곳이다...1965년 당시 학생이었던 황건식 등의 야학 교사들이 성금을 모금하여 이곳 부지를 구입하여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하였으며, 책상과 걸상을 직접 제작하여 사용하였고...상록수정신을 계승한 야학교사와 졸업생들은 현재 서둔야학회를 설립하여 사회 각 분야에서 사회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오는 봄 수원시민농장 텃밭에 가는 시민들은 농장 서쪽 끝 모퉁이에 있는 서둔야학에 가보시기 바란다. 아마도 책 읽는 소리와 '매기의 추억' 같은 노랫소리가 이명처럼 어렴풋이 들리지 않을까. 주소는 수원시 권선구 권선로 261-90 (권선구 탑동 539-2)다.

서둔야학 교실 3동은 역사적인 상징물로서 보존가치가 있다는 서둔야학회 측의 말에 공감한다.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김우영 언론인 사진 및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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