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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도 생각한다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3-07-20 10:47:34최종 업데이트 : 2013-07-20 10:47:3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사다 심은 상추. 끼니때마다 한 잎, 두 잎 따 쌈밥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잎을 딸 때마다 절단 부위에서 나오는 우윳빛 액체가 신경 쓰인다. 이 액체는 '락투카리움'인데 매우 강한 쓴맛 성분으로 진정작용이 있다. 일종의 상추아편이다. 

상추에 밥 싸먹으면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되고 이로 인해 위액 분비가 증가되어 모든 신경이 위에 집중된다. 여기에 락투카리움 작용이 상승되어 졸음이 오게 된다. 그런데 이 우윳빛 액체가 상처부위에 흐르는 것은 혹시 상추가 외부 침입에 대항해서 흘리는 징표가 아닐까? 

식물들도 생각한다 _1
식물들도 생각한다 _1

실제로 벼에 상처를 가하면 그 부위의 식물체 체온이 변한다. 젖소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우유가 많이 나오듯이 작물에도 음악을 들려주면 생산량이 많아진다. 바흐를 좋아하는 몇몇 식물은 들려오는 오르간 독주곡 스피커 쪽으로 몸을 향한다. 그렇다면 재배하는 작물을 수확할 때면 그들도 아픔을 느끼겠지. 전지, 전정을 하면 과수도 그 아픔을 느끼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기도 했다.  

식물이 만드는 산소가 없다면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식물이 만든 유기물을 뺏을 뿐 아니라 모습조차도 개조한다. 우리가 재배하는 벼, 콩, 옥수수, 보리, 밀 등 작물들은 인간이 쉽게 재배하도록 개량한 식물체다. 따라서 식물세계에서 본다면 기형일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인간이 몹쓸 짓을 한 것이다. 

식물은 말한다. 우리들은 동물들에게 온몸으로 보시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도 모자라 기형으로 만들어 우리를 학대하는 것일까? 나는 봄철 고로쇠나무에서 물을 뽑아 마시는 인간의 탐욕은 살아 있는 곰에서 웅담을 뽑는 행위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독일인 페히너는 '왜 우리는 식물이 동물보다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덜 느낀다고 믿어야 하는가? 동물은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 먹이를 찾아다니지만 식물은 몸의 일부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 작용은 후각, 시각, 청각이 아닌 다른 감각에 따른 것이다' 라고 외친다.

피터 톰킨스가 지은 '식물의 정신세계'를 보면 미국인 백스터는 식물이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증명하였다. 즉 식물 두 그루가 있는 방에 들어가 한 그루의 식물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한 사람씩 방에 들어가게 하자, 뿌리째 뽑아 버린 광경을 목격한(?) 옆 식물의 검류계가 뿌리 뽑은 사람이 지나가자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식물의 지각을 이용하면 납치범의 불안한 심리를 포착, 미리 공항에서 공중납치범을 식별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미 육군에서는 식물 연구에 대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인도인 천재과학자 보스는 실험을 통해 양배추 잎이 뜨거운 물에 데쳐져 죽을 때 격렬한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증명했다. 오늘도 내가 상추에 다가가면 그들은 어느 부위를 잘라갈까 하고 전율을 느낄지도 모른다. 혹시 물을 줄 때면 오늘은 저 인간이 무슨 맘먹고 물을 줄까? 피차 괴로운 일이다. 

임종을 맞게 된 사람이 사후세계의 영역을 믿음으로서 안정을 얻듯이 채소들 역시 사랑의 의식이 행해진다면 땅에서 썩느니 기꺼이 인간들에게 먹히고자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이런 마음은 전혀 없이 늘 무자비하게 먹어 댈 뿐이다. 

동물임상실험 관련기관은 동물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하지만 실험에 희생된 식물을 위로하려 식물위령제를 지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상추를 딸 때면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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