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인 기덕이 아버지는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반 뼘쯤 짧다. 그러다 보니 지게로 물을 져오더라도 정작 밭에 다다를 때면 물통에는 물이 반밖에 남아 있지 않다. 절뚝이며 걷느라 반 통의 물은 길바닥에다 엎지르기 때문이다. 사진/김소라 시민기자 내 친구 Y는 연말이면 꼭 동네 새마을금고를 찾아 기부를 하고 있다, 쌀 50kg을 사서 어려운 이웃에 보내는 것이다. 그 친구의 선행은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 한 자선단체에 매달 3만 원을 보내고, 필리핀 어린이 한 명과도 결연을 맺어 달마다 3만 원의 학비를 보내고 있다. 또 꽃동네에 3천 원, 뇌성마비단체에 2천 원을 보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구족화가 단체에서 보낸 카드를 받으면 얼마간의 성금을 1년에 두 차례나 보내고 있다. 한 번은 그 친구를 만난 김에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그런 선행을 하냐고 했더니 한마디 툭 던지는 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나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풀들이 억센 바람에도/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풀들이 바람 속에서/넘어지지 않는 것은/서로가 서로의 손을/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쓰러질 만하면/곁의 풀이 곁의 풀을/넘어질 만하면/곁의 풀이 곁의 풀을/잡아주고 일으켜주기 때문이다//이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이것이다/우리가 사는 것도/우리가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도//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 가를 보아라' -졸시 '바람 부는 날의 풀' 전문. 초등학교 운동회 때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발을 한 짝씩 묶은 뒤 달리기를 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달리기 위해서는 협심하여 발을 같이 떼어 놓아야하지 그렇지 않으면 달리기는커녕 넘어지기 딱 알맞은 경기였다. 그날 나는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랑 한 조가 되었는데 결과는 기대와는 달리 등외였다. 개인적으로는 둘 다 달리기라면 자신이 넘쳤지만 보조를 맞추지 못한 데서 빚어진 결과였던 것이다. 나는 연말이면 넉넉하지 않은 살림 속에서도 선행을 베푸는 Y가 생각난다. 그리고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라는 말과 함께 운동회 날의 추억이 거듭해서 생각나는 것이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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