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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행복은 작고 일상적인 것
윤수천/동화작가
2012-01-05 12:51:31최종 업데이트 : 2012-01-05 12:51:31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언젠가 연로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 중간에 몇 분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다들 당황한 표정으로 꿈은 무슨 꿈이냐며, 그냥 하루하루 사는 거란 대답이었다. 
그러면서 그런 질문은 청소년들한테나 어울리는 거란 충고까지 들었다. 꿈이 뭐냐고 물은 내가 오히려 민망한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그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장영희 교수의 수필이 생각났다. 장 교수는 어른이 되어 가장 슬펐던 일은 남들이 꿈이 뭐냐고 물어주지 않는 거였다고 고백했다. 그때 그 글을 읽고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던지! 

꿈은 꼭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어른에게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꿈을 꼭 '무엇이 되고 싶다' 느니, '어느 위치까지 오르고 싶다' 느니 하는 거창한 것에만 해당되는 거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만 보니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어휘처럼 보이게 된다. 

오래 전 가까운 선배와 부부 동반으로 일본을 여행한 적이 있다. 여행 기간 내내 내 시선을 끈 일행은 중년의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은 고등학교 동창생들로 3,4년에 한 번꼴로 해외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경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니까 한 달에 얼마씩 모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3,4년을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했다. 그때 난 꿈이란  바로 저런 게 아닐까 했다.

지난 연말에도 구세군의 자선남비는 거리마다 울려 퍼졌고 숱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우리 사회에 남겼다. 그 가운데서도 거액을 들고 나타난 노부부의 이야기에서 나는 또 한 번 인간의 꿈을 보았다. 1년을 기다리며 그 돈을 마련한 노부부의 삶이야말로 그 무엇에 비길 수 없는 행복한 삶이 아니었을까?

새해다! 올해 난 어떤 꿈을 품을까? 큰 꿈도 좋지만 작은 꿈도 그에 못잖게 소중하다. 아니 어쩌면 작은 것일수록, 그리고 일상적인 것일수록 진짜 나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시인 가운데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오래 한 마종기 시인이 있다. 이 분이 중환자들을 대상으로 행복에 관해 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어느 때 가장 행복하셨습니까?" 하는 질문을 했더니 하나같이 작고 일상적인 것들을 적어 내더란다. 

아침 식탁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하루를 보낸 뒤 저녁 식탁 앞에 모여 앉아 하루 동안 각자 지낸 일을 이야기하면서 식사를 했던 일, 아내의 생일에 외식을 하고 오다가 조용한 찻집에 들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커피를 마시던 일......

마 시인은 그 조사에서 인간의 행복은 결코 크고 거창한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것, 일상 속에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게 우리들 인간이라 했다.
 새해다! 새해엔 아주 작고 사소한 것, 일상적인 것에서 꿈과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

윤수천: 74년 소년중앙문학상 동화당선. 1976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동시당선. 지은 책으로 <꺼벙이 억수>, <고래를 그리는 아이>, <엄마와 딸>, <인사 잘하고 웃기 잘하는 집> 외 다수.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받음. 현재 초등 2학년 교과서에 동화 <꺼벙이 억수>, 5학년 교과서에 시 <바람 부는 날의 풀>이 실려 있음.

e수원뉴스 칼럼 필진
윤수천(동화작가)/박두호(언론인)/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이주현(경기민언련 공동대표, 목사)/최형국(무예24기 사범,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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