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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도 폭행당한 적이 있었다
이주현/목사,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2012-01-24 13:03:16최종 업데이트 : 2012-01-24 13:03:16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학교 폭력사태'의 본질적 처방은?

수 년 전, 우리 큰 아이가 중학생시절, 학교에서 매를 맞고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밤늦게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농구를 한다고 나간 아이가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왔습니다. 동네 불량배 아이들이 돈을 요구하였고, 주머니에 있던 2000원을 주자 20분 동안 죽지 않을 만큼 맞고 들어온 것입니다. 
얼마나 맞았던지 함께 맞은 친구 중 한 명은 머리에 고인 피를 제거하느라 일주일 동안 결석을 하였습니다. 운동 나간 아이가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광경을 상상해 보세요! 너무 속이 상해, '싫다'고 하는 아이를 데리고 불량배를 찾아 동네 사방을 찾아 헤매던 기억이 요즘 새롭게 떠오릅니다. 

임진년 새 해, 흑룡의 기운을 타고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며 비상을 꿈꾸어야 할 시기에, 학교 폭력사태로 인한 소식들이 우리 마음을 암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이슈로 번진 학교 폭력 사태는, 학부모와 학생 나아가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불행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 여론이 시끄러우니 잠잠할 테지만,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학교는 지옥으로 변할 것"이라는 어느 기고문이 그렇게 맘에 와 닿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요? 아무 잘못 없는 아이를 돈을 빼앗고 20분 동안 때릴 수 있는 그 '만용'이 너무 두렵습니다. 힘없다는 이유 하나로 동급생 친구를 그런 식으로 괴롭히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청소년 아이들, 그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가치와 정신이 어떠했기에 그런 만용을 부리는 건지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을 이해를 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학교 폭력사태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생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요즘 학교 폭력사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그 양상이나 범위가 보편화되었고 동기와 배경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일시적인 처방으로는 해결될 수없는 문제라는 인식이 사회적 위기로 와 닿은 셈입니다.

우리아이도 폭행당한 적이 있었다_1
우리아이도 폭행당한 적이 있었다_1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학교 폭력사태에 대한 분석과 대안 찾기에 분주합니다. 
스쿨 폴리스 제도가 등장하고 청소년 상담사를 학교에 고정 배치하자는 견해도 보입니다. 학생들의 동물적 본능을 누르고 성숙한 인격의 세계로 이끌어내기 위한 강압적인 교육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법 제정과 법 집행을 강화하자는 소리입니다. 그러면, 그동안 그러한 처방과 대안이 부족해서 그런 사태가 일어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인간성' 문제로 와 닿기 때문입니다. 

인간성 문제는 가치의 문제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흐려지고 왜곡되고 있기에 오늘날 그런 폭력사태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 인간성 문제는 공부 잘 하고 못 하고 문제도 아니고,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문제도 아닙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지속 가능여부가 달린 문제입니다.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니고 인간답게 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학교 폭력사태의 대안과 처방은 그런 차원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법 제정과 집행의 강화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학교 폭력은 어른들이 보여주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처벌과 감시를 강화하는 강압적인 처방은 그래서 합리적, 효과적 처방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학생들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생들은 더 똑똑하고 총명합니다. 언제까지고 계도의 대상이 아닌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파트너십을 회복하고 그런 위치를 찾아주는 것, 그게 본질적인 처방이 아닐까요? 

도무지 감동도 못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주지 못하면서, 헛발질만 해대는 어른들이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백 가지 처방이 나와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탓하기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어른들 책임을 통감하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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